해상운임 급락했지만…"물류 정상화 멀었다"

입력 2021-11-22 17:14   수정 2021-11-23 01:17

세계 공급망 병목현상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급등세를 이어갔던 화물 운임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의 생산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세계 주요 항구의 혼잡이 지속되고 있는 등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선 징후 곳곳에서 포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운임 하락, 아시아의 에너지난 완화와 생산 재개 등 공급망 병목이 개선되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영국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9일 2552를 기록했다. 벌크선 운임을 반영하는 지표인 BDI는 지난달 7일 5650까지 오르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한 달 반 만에 54.8% 떨어지며 ‘반토막’났다.

한때 ‘컨테이너겟돈’(컨테이너+아마겟돈)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심각했던 컨테이너 부족 현상도 나아졌다. 아마존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기업들이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대목’에 판매할 재고를 확보하면서 컨테이너선 수요가 줄었다. 화물운송정보업체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태평양을 횡단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이달 둘째주에 26% 급락하며 2년 새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아시아의 에너지 대란 및 생산 차질도 개선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의 하루 석탄 생산량이 1200만t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발전용 석탄 가격도 지난달 중순 사상 최고가(t당 약 2000위안) 대비 60% 하락한 t당 800위안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석탄을 확보하게 되면서 전력난 우려가 줄어들고 생산도 늘릴 수 있게 됐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의 생산기지도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곳들이다. 스위스 은행 UBS는 내년 1월까지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등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비례해 생산 차질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봤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최근 45개국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올 4분기에 공급망 병목이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러
하지만 공급망 병목이 앞으로 또다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오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일단 세계 주요 항구의 화물 적체 현상은 그대로다. WSJ에 따르면 19일 기준 아시아와 유럽, 북미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은 약 500척으로 지난 8일(497척)보다 약간 늘었다. 연말 쇼핑 대목이 끝나고 춘제(중국 설)로 중국 공장들이 장기간 휴업하는 내년 초는 돼야 항구의 화물 적체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럭 운전사 등 화물을 처리할 근로자 부족도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에서 재확산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지난 8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중국 닝보항이 한때 폐쇄돼 세계 공급망이 교란됐던 사태가 재연될 수 있어서다.

공급망 병목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공급망 병목으로 발생한 물류비용 등이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한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경제조사기관 컨센서스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개국 중 3분의 2가 올해 2%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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