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주제를 코로나, 단계적 일상회복, 민생경제로 한정한 것부터 부실 소통을 예고한 셈이나 다름없다. 대다수 질문이 코로나 방역에 집중되면서 다른 시급한 이슈들은 언급조차 안 됐다. 종합부동산세 폭탄, 요소수 파동, 물가 급등, 미·중 갈등, 탄소중립, 북한 핵·미사일 도발 등 대통령이 답하기 껄끄러운 문제는 다 제쳐놓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게 한 꼴이다. 이러니 엄중한 시국에 한가하게 ‘팬미팅’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 답변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대책이 아쉬웠다면서도 “이제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한 것부터 그렇다. 이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은 이미 두 배 이상 올랐는데 마치 정부 대책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치장했으니 어이가 없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다고는 하나, 조정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월셋값 폭등에 대출마저 막힌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줄어든 고용이 99.9% 회복됐다”고 한 것도 ‘단기 알바’가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숫자 놀음일 뿐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오히려 준 마당에 이를 국정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혹세무민과 다를 바 없다.
그나마 여당 대선후보가 어제 청년들을 향해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발언이 주목된다. 이재명 후보는 5차례 사과하고, 전국을 돌며 연일 반성문도 쓰고 있다. 답답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선거전략 차원일 수 있겠지만, 여권에 대한 사나운 민심을 조금이나마 읽은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물론 이 발언들이 그의 온갖 포퓰리즘적 공약 재검토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아쉬운 건 ‘따끔한 회초리’가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 입에서도 나왔어야 했다는 점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왜 과반에 이르는지 성찰했다면 소중한 시간을 자화자찬으로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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