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7일 늦은 오후.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를 이을 차기 CEO로 '81년생'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최 책임리더는 서울대 공대를 나와 NHN(현 네이버)에서 근무하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1기로 입학했다.
이날 밤 열린 연세법학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남형두 연대 법전원장은 "방금 전해들은 따끈한 소식 하나를 말씀드리겠다"며 "우리 연대 법전원 1기 졸업생이었던 최수연씨가 네이버 차기 대표로 선임됐습니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최 신임 대표는 학생 때 학업을 열심히 했을 뿐 아니라, 다들 자기 공부에 바쁜 중에도 학생회 임원으로서 헌신했다"며 "특히 크리스천 동아리를 통해 남을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한 청년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 원장은 "그녀가 하버드 로스쿨을 마치고 입사한 곳은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 로펌이 아니라 IT기업 네이버 해외전략팀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최 대표처럼 성취한 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는 이런 정신이야말로 편안한 땅을 버리고 전염병과 무더위, 무지와 빈곤의 땅에 일부러 들어온 연세 설립자들의 프론티어 정신에 맞닿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올해는1921년 연희전문학교에서 유억겸 선생이 법학 교육을 시작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연세법학 100년'을 맞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지난 6월 11~12일 이틀간 ‘연세 법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어 이달 17일에는 각 분야에 진출한 선·후배를 초청해 행사를 가졌다. 남 원장은 “윤관 전 대법원장, 김석수 전 국무총리, ‘도티’로 유명한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창립자까지 다양한 명사가 연세대 법학과를 거쳤다”며 “중세 4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법학·철학·의학·신학을 모두 갖춘 학교는 국내에서 연세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로스쿨은 올해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89.53%의 초시합격률을 기록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2위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점점 많은 구직자들이 로스쿨을 취업을 위한 정거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남 원장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법률시장은 이미 변호사가 많아져 안정적이지 않다”며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국제중재, 입법·행정 등 송무 외에 법조인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진 만큼 젊은 법조인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갖고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언더우드 선교사를 비롯한 우리 대학의 설립자들과, 유억겸 선생을 비롯한 연세법학의 주춧돌을 놓은 선배님들의 고귀한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오늘 연세법학 백 년의 역사를 이루었습니다.
백 년 전 이 땅은 3?1 독립운동이 무력으로 진압되고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된, 절망 가운데 희망의 불씨를 이어가던 공간이었습니다. 식민 치하에서 법과대학이란 대체로 식민지 관료를 양성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선교사들과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이 서양식 근대 교육을 실시할 때, 이른바 “4대 학문” 중 신학, 철학, 의학은 과(科)를 설치하면서도, 유독 법학만은 과를 설치하지 않고, 단지 교육만 실시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서 소극적 저항이었다고 읽는다면 오독일까요?
이런 연세와 연세법학의 기품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교훈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학문이 추구하는 진리는 사라지고, 인간에 참 자유를 주려는 법의 정신 또한 사라진 지 오래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법현인들은 연세 캠퍼스에서 체득한 진리와 자유를 현장에서 실천해 왔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윤관 대법원장님, 김석수 총리님을 비롯한 법현인들의 외로운 싸움은 오늘 우리를 여기에 있게 했습니다.
사법시험 합격자수, 변시합격율 같은 수치는 우리 법현이 추구하는 정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경쟁 속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왔거나 지나쳤을 지도 모를 과거에 붙잡혀 싸우기 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갑시다.
백 년 전 이 땅이 일제의 질곡 하에 있었다면, 지금 우리를 옥죄고 있는 억압은 무엇입니까? 민족이란 편협한 굴레를 벗어나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 앞에, 1921년 법학교육을 시작했던 우리 선배들이라면 무엇을 보라고 했을지 그 답을 찾읍시다.
저는 오늘 이 연설을 하기 직전에 들은 낭보를 법현인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연세 로스쿨 1기 졸업생으로, 만 40세의 최수연 씨가 조금 전에 끝난 네이버 이사회에서 한성숙씨에 이어 새로운 CEO로 선임되었습니다.
최 대표는 학부 때 공학을 전공했는데, 로스쿨 시작과 함께 1기로 우리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그는 학생 때 학업을 열심히 했을 뿐 아니라, 다들 자기 공부에 바쁜 중에도 학생회 임원으로서 헌신했으며, 크리스천 동아리인 섬김 활동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졸업 후 로펌에 들어간 그는 하버드 로스쿨 유학을 마치고, 추천서를 써준 제게 인사를 왔습니다. 그런데 그가 내민 명함은 미래가 탄탄히 보장된 로펌이 아니라, 로스쿨에 들어오기 전 다녔던 회사 네이버였습니다. 그것도 법무팀이 아닌 해외전략팀이어서 놀랐습니다.
이전 그의 행로를 잘 알았기에 잘 한 일이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네이버라는 창의적이고도 글로벌한 거대기업의 CEO로 선임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한동안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저는 최 대표에게 매우 이색적인 축하 인사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어요”라고.
성취한 일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하는 이런 정신이야말로 편안한 땅을 버리고 전염병과 무더위, 무지와 빈곤의 땅에 일부러 들어온 연세 설립자들의 프론티어 정신에 맞닿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의 웰링턴 장군은 어떻게 나폴레옹을 격파할 수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워털루의 승리는 이튼 교정에서 시작됐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연세와 연세법학이라는 뿌리를 공유하는 법현인들이 장차 법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편이 되어 한국과 인류를 구하는데 쓰임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어떻게 이런 고귀한 일을 하게 됐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꿈은 연세의 교정과 법현의 정신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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