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문제, 덮을 것인가 바꿀 것인가
몇해 전 '택시 vs 카풀' 갈등이 촉발됐을 때 국회에서 갈등 해소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때 모 국회의원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택시 문제 해결하면 대통령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보면 제 아무리 많은 권력을 가진 대통령도 택시 문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모빌리티 혁신을 외친다. 그러나 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택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이동을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마스((Mobility As A Service)'는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일이다. 대부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선점을 위해 '자율주행 산업'을 육성하고 '도심 하늘 이동(UAM)'도 언급하지만 결국 육상의 모든 이동 분야는 '택시'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시는 현재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생존 위기에 몰려 있다. 그러니 그 어떤 모빌리티 서비스가 새로 도입돼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택시도 먹고 살기 힘든데 새로운 이동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한다. 실제 오는 2025년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도심 항공 이동(UAM) 서비스 또한 그때가 되면 택시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지기 어려운 나라다. 택시의 절대 숫자는 많고 OECD 국가 중 요금이 가장 저렴한 곳이어서다. 그런데 택시 숫자를 줄이려니 개인 및 법인 면허를 사들이는데 수 조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민간에 요금 결정권을 넘기면 오랜 시간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해 왔던 국민들의 불만이 뒤따른다. 그나마 택시의 수익 돌파구로 한때 20㎏ 미만의 소화물 운송이 시도됐지만 화물 반대에 막혔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냥 방치됐고 그 사이 택시 내부 문제와 이용자의 불만은 함께 커져 갔다. 그럼에도 워낙 첨예한 사안이라 어느 누구도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않았다.
렌터카 기반의 유상 운송을 시도했던 '타다'의 등장은 이 같은 택시 문제 고착에 대한 반사 효과였다. 특히 '타다'는 요금도 직접 정했고 사용 가능한 연료도 제한받지 않았다. 반면 택시는 요금을 통제받았고 사용 가능한 연료도 정부가 지정했다. 경쟁 조건 자체가 공정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래서 둘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제도가 도입됐고 '타다'와 같은 렌터카 기반의 유상 운송을 위해 '플랫폼운송면허제'가 새로 생겨났다. 택시도 면허이니 새로운 플랫폼운송사업도 면허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다. 굳이 둘의 차이를 꼽으라면 면허 관리 주체가 택시는 자치단체, 플랫폼운송면허는 중앙 정부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물론 플랫폼운송면허는 요금 결정권을 사업자에 부여했지만 신고 규정을 두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통제는 한다.
그런데 정부는 왜 택시의 요금 결정권을 포기하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요금' 속에 내포된 정책적 또는 정치적 함의 때문이다. 권한이 택시 업계로 이동하면 요금이 오르기 마련이고 이때 비용 부담은 이용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럼 국민으로 표현되는 이용자는 요금 결정권을 넘긴 정책 당국 또는 정치로 화살을 돌린다. 반대로 요금을 정부가 지금처럼 통제하면 모빌리티 혁신은커녕 생존 자체가 어려워 택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호출 앱이 등장해 '가맹'이라는 형태로 서비스 비용을 받지만 택시 업계 내에선 이마저도 불만이다. 호출 자체가 점차 독점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러니 가맹이 아니라면 더욱 장거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해진 시간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시간 싸움이 곧 생존인 탓이다. 그 결과 도심 내 특정 야간 시간의 단거리 택시는 더욱 부족해진다. 이는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택시는 요금 통제에 발이 묶여 모든 정책적 수단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한계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택시는 대중 교통인가?" 현재는 대중 교통이 아니면서 버스처럼 요금을 통제한다. 그래서 택시 업계는 준공영제를 해주든지 아니면 요금 권한을 넘겨 주든지 정책적 판단을 요구하는 중이다. 공영제가 아니라면 자율 요금 경쟁을 펼쳐 자발적인 퇴출구를 만들겠다는 목소리다. 함께 죽느니 선택적으로 살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보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책 또는 정치는 요금 인상을 우려해 결정권을 넘겨줄 생각이 없는 게 걸림돌이다. 그래도 재차 질문을 던진다. "택시는 대중 교통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예'라는 답변이라면 공영제, '아니오'라는 답변이라면 요금 결정권의 민간 이양이 해법이다. 관련해 여야를 막론하고 택시 업계가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답변이 나올까 궁금하다.
권용주(국민대 겸임교수,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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