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김종인 전 위원장을 더 이상 설득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23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경선 경쟁자들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더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찬에는 경선 경쟁자였던 박진·박찬주·장기표·장성민·안상수·최재형·하태경 후보 등이 참석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영입을 접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윤 후보는 그간 김 전 위원장을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요구하면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천년민주연합 대표의 합류에 반대해 양측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일 윤 후보가 김병준 전 위원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 사무실을 찾으며 수습 국면으로 들어가는 듯했지만, 21일 선대위 인선 발표 후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선대위 인선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김병준·김한길’로 구성된 3김(金) 선대위 구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윤 후보가 결국 김 전 위원장 없이 선대위를 출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오찬 직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며칠 생각하시겠다고 하니까 저도 기다리고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찬에 앞서 참석한 한 언론사 행사에서는 “그 양반(김 전 위원장)이 말씀하는 건 내게 묻지 말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답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총괄선대위원장) 그게 무슨 대단한 자리라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어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나는 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만나는 거야, 뭐 찾아오면 만나는 것”이라며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이날 오후 늦게 사무실을 나서며 “2~3일 사이에 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장 의원은 이날 SNS에 “오늘 윤 후보의 곁을 떠나겠다”며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톱이 돼서 전권을 행사하시라”고 글을 썼다. 일각에서 자신의 윤 후보 비서실장 내정설에 김 전 위원장이 탐탁지 않아 했다는 의견이 전해지자 즉각적인 거취 표명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장 의원의 퇴진이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된 김병준 전 위원장 등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편 이날 윤 후보는 경선 경쟁자였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을 제의했다.
이동훈/좌동욱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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