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재개했다. 지난해 7월 심사를 중단한지 1년 4개월 만이다. EU측이 심사 기한을 내년 1월 중으로 못박으면서 지지부진했던 인수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EU집행위원회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중단됐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를 재개했다고 공지했다. 심사 기한은 내년 1월 20일까지다. EU집행위는 2019년 12월부터 두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작년 7월 심사 절차를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이중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남은 곳은 EU와 한국, 일본이다.
EU집행위의 결정은 이번 기업결합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EU집행위는 지난해 심사를 중단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 내심에는 두 기업의 결합이 LNG운반선 시장의 독과점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견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LNG선 발주의 상당 부분을 유럽 선사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작년부터 LNG선 시장 독점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는 한국조선해양에 결합 시 60%가 넘게 되는 LNG시장의 시장점유율을 50%수준으로 줄일 것과 관련 선박 가격의 동결 등을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국조선해양 측은 LNG선 건조 기술을 다른 조선사에 이전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계획을 EU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심사 재개가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한 것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EU가 점유율 축소의 방안으로 현대삼호중공업 등 산하 조선소 매각 등을 요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선 이같은 안을 현대중공업그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EU측이 심사 기한을 내년 1월 중으로 못박으면서 지지부진했던 인수 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EU를 비롯해 한국, 일본 등 남은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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