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 쓰지 않은 새 공기청정기 필터를 내놨다. 이제 곧 겨울이라 잘 안 필릴 것 같았지만 올리자마자 1분도 안 돼 몇 사람이 구매 의사를 밝혔고 1분도 채 안 돼 팔렸다. A씨는 "최근 미세먼지가 좋지 않아 공기청정기 필터에 관심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계절가전' 공기청정기, 겨울 미세먼지에 필수가전 등극
A씨와 비슷한 트렌드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23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9~22일 나흘간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한 공기청정기 매출액은 직전 나흘간(15~18일)보다 130%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 또한 11월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30%가량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겨울철 미세먼지가 공기청정기 판매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공기청정기는 황사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이나 가을에 주로 팔리는 계절가전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겨울로 접어든 요즘 오히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사계절 내내 집안에 둬야 하는 필수가전이 됐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공기청정기를 찾는 수요가 확연히 늘어난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올 하반기 들어 처음 발령됐다.
공기청정기뿐 아니라 필터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사계절 내내 공기청정기를 틀다보니 교체 주기에 맞춰 필터를 점검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필터 또한 공기청정기 못지않게 팔리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등으로 대기 질이 개선되자 그간 안 돌리던 공기청정기를 최근 다시 찾으면서 필터를 교체하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메프에 따르면 이달 15~22일 공기청정기 필터 판매량도 전주 대비 126.5% 증가했다.
겨울 미세먼지에 따라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면서 봄이나 가을에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닌, 겨울 시장까지 염두해 하반기에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해 전원이 꺼져 있어도 10분마다 실내외 공기 질을 분석해 별도 조작 없이 집안 공기를 청정해주는 2022년형 비스포크 큐브 에어 공기청정기를 지난 17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에어 센서를 적용해 레이저 광원으로 0.3㎛(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의 초미세먼지를 잡아준다"고 했다.
가전 렌탈 사업을 하는 코웨이 또한 23일 자가관리가 가능한 공기청정기 '에어카트리지 18평형'을 새롭게 선보였다. 회사 측은 "멀티큐브 탈취필터와 초미세먼지 집진필터가 결합돼 0.01㎛ 크기의 극초미세먼지를 99.999% 제거한다"고 전했다.
주광민 롯데하이마트 대치점 지점장은 "최근 공기질이 나빠지면서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공기청정기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며 "올 겨울에도 초미세먼지가 이어진다면 공기청정기를 찾는 수요가 당분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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