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대주택 품질 따져 공공택지 매각 '논란'

입력 2021-11-23 17:01   수정 2021-11-24 02:23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민간사업자에게 임대주택을 더 많이, 더 잘 짓는지 여부를 미리 평가해 공공택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같은 단지 내 분양주택 품질까지 덩달아 떨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LH가 준공된 임대주택을 되사오는 가격이 건축비 기준으로 시세의 반값에 불과해 원가를 맞추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공공택지라는 ‘당근’을 이용해 적자사업인 임대주택 건설을 민간에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임대주택에 ‘반값 건축비’ 적용
23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경기 성남 등 수도권 공동주택용지 5개 필지를 ‘임대주택건설형’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하고 사업자 선정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에서 성남복정1B3블록(공급가격 3139억원), 남양주진접2 S-1블록(1033억원)과 남양주진접2 S-2블록(2170억원), 인천계양 A5블록(1892억원)과 A8블록(1972억원)이 대상지다.

LH가 보유택지를 임대주택건설형 평가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지에 건설할 공동주택 중 임대주택 제공 규모(전체 물량의 20~30%)와 임대주택의 품질 등을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향후 건설된 임대주택은 LH가 분양주택과 구분되지 않도록 동·호수 무작위 방식으로 선정해 매입한다.

정부는 그동안 추첨제 방식으로 운영되던 공공택지 매각방식을 평가방식으로 바꿔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 입찰’ 문제를 해결하고 주택 품질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품질 좋은 임대주택을 많이 짓도록 요구하면서 매입 비용이 지나치게 낮아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임대주택 매입가격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는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을 내세워 2016년 6월 이후 표준건축비를 묶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중층 기준(전용 60㎡ 이하) 표준건축비는 ㎡당 101만9400원으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등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181만2000원)의 56.3% 수준이다. 게다가 분양주택과 같은 조건으로 짓기 때문에 홈네트워크 등 각종 설비와 친환경주택 조건, 지하주차장 높이 등 요건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추가 비용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임대주택 매입 비용을 공정 80% 시점에 주는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분양주택은 입주자 모집 공고 이후 순차적으로 대금을 받는다. 그러나 LH가 매입하는 임대주택은 사실상 후분양에 준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받게 된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선분양 시스템에서 사업 주체는 분양대금으로 건설자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건설비와 관련한 자금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주택 품질 하향 불가피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분양주택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에 택지가 부족해 대부분의 개발회사는 임대주택 의무상한 비율 30%를 꽉 채워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건축비와 택지비를 감안해 30%의 임대주택을 지어 매각할 경우 건설회사는 매출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분양주택에서라도 원가를 아껴 최소한의 사업성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공동주택용지를 임대주택건설형 등 경쟁방식으로 매각하는 비중을 2024년까지 6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H가 손실이 많이 나는 임대건설 사업 비중을 줄이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대주택건설형 방식을 활용하면 건설임대 손실을 줄이면서 임대품질의 책임까지 민간에 전가할 수 있다. 이번 입찰에서 불리한 조건에도 5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LH 관계자는 “수익의 70% 이상은 민간업체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개발이익환수법의 요구 수준에 부합한다”며 “매입가격이 임대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과 공적 자산인 공공택지를 공급받은 건설사 역시 주거복지에 기여할 필요성이 있다는 요구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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