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식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미·중 갈등이 될 것이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22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2개국(G2) 갈등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수년간 지속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작년 1월의 1단계 무역 합의로는 미·중 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로치 교수는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심각하다는 건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미 중앙은행(Fed)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ed 결정이 늦어지면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치 교수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30년 넘게 일한 월가 출신 경제학자다.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힌다.
▷최근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냐에 대한 논란은 끝났습니다. 모든 사람의 예상치를 넘는 숫자를 보고 있어요. 기존 예상보다 고(高)물가가 오래갈 겁니다. 주된 원인은 공급망 혼란입니다. 경제 봉쇄가 풀린 뒤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긴축정책을 펴야 할 때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급격한 경기 회복 후 속도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합니다. 다양한 부양책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Fed가 고물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1970년대 후반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Fed의 정책을 평가한다면요.
“Fed 정책의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감축) 후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해야 합니다. 지금 금리는 너무 낮습니다.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죠. 큰 재앙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언제가 금리를 올릴 적기입니까.
“바로 지금입니다. 물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지요. 시장에선 내년 후반에서 2023년 초반을 예상하는 것 같습니다. 고물가가 계속될수록 Fed는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겁니다. Fed가 금리 얘기를 자제하고 있는데 그건 실수입니다.”
▷적정한 기준금리 수준은요.
“명목 금리 기준으로 연 1~2%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겠지만요. 내년에는 최소 연 3%까지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내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가장 크게 우려됩니다. 미·중 갈등은 수년간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겁니다.”
▷갈등이 이어지는 이유가 뭔가요.
“1단계 무역 합의로는 양국 갈등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96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에서 본 적자가 가장 많지만 그 비중이 대폭 줄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 때문이지요. 미국의 무역 적자는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 다른 여러 나라로 분산됐습니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생산비용이 중국보다 높다는 겁니다. 결국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됐지요. 1단계 무역 합의는 미국으로선 역효과만 봤습니다.”
▷중국이 투자할 만한 시장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중국 경제에 낙관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도입하는 규제와 공동부유 정책은 우려스럽습니다. 수익 통제가 생기면 창업 의지가 쪼그라들 겁니다. ‘야성적 정신(animal spirit)’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중국에서 수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했는데 앞으로도 그럴지 의문입니다.”
▷올 상반기에 달러가치 하락을 예상했습니다.
“달러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건 잘못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우선 저축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2분기에 감가상각을 제외한 순저축률은 1.8%에 불과했지요. 지난 30년 평균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저축률 하락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밖에 없으니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4%에 달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도 늦춰지고 있습니다. 결국 달러 약세로 이어질 겁니다.”
▷달러가치가 얼마나 떨어질까요.
“무역 가중 달러인덱스를 보면 달러 가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한 1970년대 초반 이후 크게 세 번 하락했습니다. 하락폭은 평균 31%였지요. 저축률과 경상수지 불균형 정도를 감안하면 35%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추천할 만한 투자 대안이 있습니까.
“몇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유로화입니다. 매우 저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계속 오를 겁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엔 회의적이지만 달러의 대안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 스티븐 로치는 누구인가
-1945년 출생
-뉴욕대 경제학 박사
-Fed 연구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예일대 경영대학원 선임교수
-예일대 잭슨글로벌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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