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 한국시각예술저작권협회 초대회장 "한국미술 '저작권 불모지' 오명 지울 것"

입력 2021-11-23 17:55   수정 2021-11-24 02:11

“한국 미술 분야는 이때까지 ‘저작권 사각지대’였습니다. 제대로 된 관련 통계조차 없을 정도죠.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으니 창작이 위축되고 시장 발전도 저해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어요. 그래서 미술인들이 힘을 합쳐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명옥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장(사비나미술관장·사진)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연합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에 추대됐다. 연합회는 앞으로 시각예술 분야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해 한국화·판화·조각·미디어아트·평론가·사립미술관 등 국내 시각예술계를 망라하는 20개 미술단체가 연합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온라인 콘텐츠 활용이 보편화되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디지털 저작물 시장이 새로 등장했는데도 저작권 보호를 돕는 협회나 단체가 없어 미술계의 피해가 컸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저작권 침해 사례가 출판 등 오프라인 매체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피해가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어 저작권자 개인이 대응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시각예술과 저작권은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세계 최초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16세기 독일의 국민 화가였던 알브레히트 뒤러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술 분야 저작권이 거의 보호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국제저작권연맹 통계에는 한국 미술 관련 데이터가 쏙 빠져 있어요. 다른 나라 미술 분야나 한국의 출판·음악 저작권 관련 자료는 수록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죠.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매년 발표하는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도 음악·영화·방송·출판·게임 등 5개 분야만 집계될 뿐 미술은 없어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지요.”

예술가 단체 등이 아니라 사립미술관을 운영하는 이 회장이 ‘총대를 멘’ 까닭은 뭘까.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만난 여러 작가들이 저작권 침해 문제를 호소했어요. 제가 쓴 미술 관련 책이나 칼럼 등의 저작권이 침해돼 피해를 본 적도 많고요. 단합이 잘되지 않는 문화예술계 특성상 장르별 이해관계 등이 없는 미술관이 모두의 참여를 유도하기 쉽다는 판단도 작용했지요. 사비나미술관이 한국에서 최초로 가상미술관을 열고 구글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한 미술관인 만큼 관련 노하우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연합회는 내년 3월 법인 등록을 마치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향후 주요 사업으로는 저작권 유통정보 활용 데이터베이스(DB) 및 홈페이지 구축, NFT 거래 플랫폼 구축, 가상미술관 구축 시범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와 달리 누구든 인터넷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저작권을 확실히 보호하고 디지털 작품 판매 및 NFT 사업 플랫폼을 마련해 무명 화가라도 실력만 있으면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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