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정권 잡은 뒤 철권통치…재임때 '3低' 힘입어 경제 호황

입력 2021-11-23 17:28   수정 2021-11-24 03:13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한국 사회에 논란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떠났다.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후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으로 대표되는 독재 정치로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고인은 마지막까지도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경제 성장 등 공적에 대한 재평가 주장도 있지만 ‘3저 호황’에 따른 필연적인 성과라는 반론도 나온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 취임
전 전 대통령은 1979년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계엄군을 투입하는 등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힘으로 짓눌렀다.

1980년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한 데 이어 이듬해 마련된 5공화국 헌법에 따라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돼 7년 동안 재임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언론 통폐합, 용공 조작, 삼청교육대 창설 등 ‘철권통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야간통행 금지 조치 해제와 학원 두발·복장 자율화, 국내 컬러 TV 판매·방송, 프로야구 창설 등 유화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반발을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군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폭발하면서 전두환 정권은 위기를 맞았다. 결국 같은 해 민정당 대표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으로 국민들의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했다.
의견 엇갈리는 경제정책 성과
전 전 대통령은 ‘독재 권력자’로 낙인이 찍혔지만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집권 기간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개최와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도 전두환 정권의 성과로 꼽힌다. 당시 착수한 전국 고속통신망 개설은 ‘인터넷 강국’의 기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전 대통령 재임 7년간 한국 경제는 연평균 1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취임 당시 30%에 육박한 물가상승률은 2년 만인 1982년 5%대로 떨어졌다. 당시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경제정책의 전권을 맡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와 관련해 “전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을 빼고는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군에서 조직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정책은 전문가에게 맡겼다”는 등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섰던 김두관 의원은 2016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전 전 대통령이 당시에 3저 호황이라 여건이 굉장히 좋기도 했지만 전문가들한테 전적으로 위임했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고 발언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980년대 폴 볼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통화 긴축 정책으로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억제된 측면이 있었다”며 “개발도상국이던 한국이 선진국보다 경제 성장도 가파를 수밖에 없었던 만큼 전적으로 전두환 정권의 공으로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과오 사과 안 해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퇴임한 후 ‘역사의 단죄’ 대상이 됐다. 국회에서 이른바 ‘5공 청문회’가 열리자 전 전 대통령은 재산 헌납을 발표한 뒤 백담사에서 은거했다. 이후 검찰 수사를 받아 1996년 내란수괴, 비자금 7000억원 수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최종 선고받았으나 15대 대통령 선거 이틀 후 김영삼 정부에 의해 사면복권됐다. 추징금은 313억원만 낸 채 나머지는 ‘전 재산 29만원’을 이유로 대며 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등 과거사 잘못에 대해서도 결국 사과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과오는 용서 바란다”는 유언을 남긴 것과 대비된다. 전 전 대통령 측근인 민정기 전 비서관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관련해 “‘전 전 대통령이 공수부대를 사실상 지휘하고 발포 명령을 한 것 아니냐’, ‘사죄하라’는 것은 질문 자체가 잘못”이라며 “발포 명령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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