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상장 전에 개그맨 유재석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던 국내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시장에서 모처럼 주목을 받았다. 상장 당시에는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호평으로 급등하고 있다. 전일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24일에도 주가가 큰폭으로 오르고 있다. 하지만 목표주가를 두고 국내외 증권사들이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권사 리포트는 단지 투자시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며 리포트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 것을 조언하고 있다. 전일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케이카의 목표주가는 8만5200원에 달하는 반면 이달 초 유안타증권이 내놓은 목표가는 3만5000원에 불과하다. 단순 차이만 놓고 봐도 5만원가량이 벌어진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케이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7650원(30.00%) 오른 3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3일 상장 이후 첫 상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공모가(2만5000원)보다 32.6%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현재도 주가가 20% 가까이 오르며 3만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케이카의 주가 급등은 골드만삭스의 매수 리포트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케이카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시하고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8만5200원을 제시한 리포트를 발간했다.
에릭 차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케이카는 대한민국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크고 침투율이 낮은 중고차 시장의 선두 업체"라면서 "작년 기준 케이카는 국내 전체 중고차·소매 중고차 판매 부문에서 각각 4.2%·3.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온라인 시장에서는 81%의 점유율로 가장 큰 업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케이카의 브랜드, 온라인 지배력 및 핵심 강점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전체 중고차·소매 중고차 판매의 시장 점유율이 두자리수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일 유안타증권도 케이카에 대해 중고차 호황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들이 내놓은 목표가는 3만5000원에 불과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기준 39조원 규모 수준이다. 연평균 5% 성장해 2025년에는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주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개인간 거래 비중이 50% 이상으로 가장 많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선호되면서 차량 상태와 품질에 불확실성이 없는 업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매매업자(B2C)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며 "케이카처럼 품질 책임을 지고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됐으며 빠른 대응이 가능한 업체들의 수혜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케이카의 예상 실적으로 매출액 1조900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을 전망했다. 내년에도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되면서 30%가 넘는 고성장이 이뤄진다는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최근 미국 중고차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주가 흐름도 좋은 만큼 케이카 주가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케이카에 대해 호평을 내놨지만 목표주가와 관련해선 국내와 외국계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문제는 주가가 크게 요동쳐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괴리율이 큰 목표주가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배가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앞서 케이카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시장의 관심이 적었던 공모주로 꼽혔다. 케이카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37대 1로, 올해 IPO 기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반 공모청약 경쟁률도 8.72대 1에 불과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3668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코스닥 중소형주들도 조단위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들이는 공모주 열풍 속에서도 케이카는 냉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특히 케이카의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하단(3만4300원)보다 낮은 2만5000원에 결정되기도 했다. 케이카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2만25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종가도 2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후 주가는 공모가를 다소 밑도는 2만2000~2만5000원선을 횡보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세계 각국의 경쟁업체나 시장상황을 보다 용이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증권사보다 개별기업에 대해 꼼꼼한 분석 근거를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가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은 채 주가 추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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