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내년 상반기까지로 6개월 연장하자 자동차 업계에선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만큼 차량 판매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서다.
다만 일각에선 자동차에 부과하는 개소세의 취지가 희석된 데다, 개소세 인하가 사실상 상설화된 조세 혜택이 된 상황에서 폐지 여부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올해 차량을 구입했으나 내년 상반기에 차량이 출고되는 소비자들도 그 구입비용을 절감토록 조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민생대책 중 하나로 승용차 개소세율을 1.5%까지 낮춰 최대 100만원까지 감면했다. 같은 해 7월부터는 100만원 한도를 없애고 연말까지 개소세율 3.5%를 적용했다. 정상세율 대비 30% 감면된 수준이다. 이후 다시 올 연말까지 연장된 개소세 인하 조치는 이번 결정으로 내년 6월까지 2년 이상 연장된다.
자동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연장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차량을 계약하고도 인도를 못 받아 마음 졸이던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개소세 인하 조치 연장은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차량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 유인 효과가 있어 내수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사치성 소비재에 매기는 세금인 개소세가 이제 필수 품목으로 자리잡은 자동차와 더이상 맞지 않는 데다, 정부가 경기불황에 통상적으로 꺼내드는 상시적 조세 혜택으로 변질돼 개소세 폐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소세는 사치성이 높은 특정 물품이나 골프장 같은 특정 장소에서 소비하는 비용에 부과하는 간접세다. 통상적으로 승용차를 구매할 때 부가가치세 외에 개소세 5%, 교육세(개소세액의 30%)가 부과된다.
탄력세율을 통한 개소세 인하 정책은 국회에서 법을 바꿀 필요 없이 시행령만 개정해 손쉽게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의 '내수진작 카드'로 이용돼 왔다. 실제 정부는 최근 10년간 2012년, 2015년, 2016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그리고 내년까지 내수 침체를 이유로 개소세 인하 조치를 꺼내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개편방향 검토'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승용차에 한국과 같은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없다"며 '폐지' 의견을 낸 바 있다. 개소세 인하 및 인하폭이 지속적으로 변동되면서 세금체계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개소세 인하 혜택이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만큼 오인하는 측면이 있다. 워낙 개소세 인하 조치가 잦다보니 오히려 차량을 정상 구매한 소비자들이 손해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도 홍 부총리는 '개소세 부과체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과세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통상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민감한 측면이 있어서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답뵨했다.
국회에서도 이미 '개소세 개정안'에 대한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배기량이 1600㏄ 이하인 승용차는 개소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계류 중이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3000만원 미만의 승용차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과세기준을 자동차 가액으로 바꾼 것이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아예 승용차에 대한 개소세를 폐지하는 안까지 제출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