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텍사스가 미국의 미래다(Texas Is The Future of America)."지난달 미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경제 전문가의 기고문이다.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그동안 미국의 역동적 경제도시 역할을 했던 캘리포니아의 시대가 가고, '규제 철폐'와 '기업 세제혜택'으로 무장한 텍사스로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는 골자였다. 기고문은 캘리포니아가 기업 혁신의 요람이 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 엄격한 규제가 오히려 기업들을 타 도시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텍사스는 저렴한 땅값, 과감한 세제 혜택 등으로 기업들에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테슬라부터 삼성까지 '텍사스로'
삼성전자는 지난 24일(한국시간) "신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설 투자와 관련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등과 협의를 완료했다"며 "총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할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삼성전자가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선정한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제1공장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 인근에 위치했으며 부지 규모는 훨씬 크다. 신설될 제2공장 생산능력은 오스틴 공장의 약 4배 규모다. 텍사스가 뉴욕, 애리조나 대비 기업들에게 광활한 부지를 적극 제공하려고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로부터 '파격 인센티브'를 약속받았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에 부지에 대한 10년간 재산세의 92.5%, 이후 10년간 90%, 그 후 10년간은 8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제공하며 부지에 건설되는 부동산에 대해선 10년간 세금의 92.5%를 면제해주는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텍사스 한파 등 자연재해로 공장이 대부분 '셧다운' 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州)정부 차원에서 워낙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벌여 다시 한 번 텍사스로 공장 부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은 텍사스로 아예 '본사'를 옮기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텍사스 오스틴에 건설 중인 공장 앞에서 연례 주주총회를 열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테슬라 본사를 오스틴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비싼 주거비와 최고 수준의 세금, 과도한 관료주의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거주지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긴 바 있다.
테슬라에 앞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과 정보기술(IT) 기업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도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인피니언, NXP 같은 거대 반도체 기업들도 텍사스에 공장을 두고 있다. 기업들엔 '0원 법인세'와 저렴한 인건비, 젊은 직원들에겐 저렴한 부동산 가격이 텍사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왜 텍사스인가?
경영 전문 격월간지 '치프 이그제큐티브 매거진'이 올 상반기 발표한 '2021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최악의 주'(Best and Worst States for Business) 순위에서 텍사스는 17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최악'의 평가를 받은 곳은 바로 캘리포니아였다.CEO들이 평가 기준으로 삼은 것은 각 주의 비즈니스 환경·인력·삶의 질 등이었다. CEO들은 각 주의 조세정책(37%)을 가장 중요시했고 규제환경(35%), 인재 가용성(25%) 등에 무게를 뒀다. 텍사스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가 없고 물가가 낮은 데다 '친기업적 정책'을 펴기 때문에 이 매체가 처음 평가를 시작한 2005년부터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삼성은 왜 텍사스를 택했나(Why Samsung Chose Texas)' 제목의 기사에서 "텍사스에는 삼성을 비롯해 여러 반도체 제조사들이 있고, 칩 생산에는 포괄적인 생태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기업 친화적 세금 정책을 펼쳐왔으나 재선 준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삼성전자 유치로 인해) 쿠데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텃밭 '캘리포니아'와 달리 텍사스는 그동안 줄곧 보수인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 미국 내에서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그렉 애벗 현 주지사 역시 공화당 출신이다. 애벗 주지사는 최근 텍사스로 기업들이 몰리는 분위기를 타고 "우리 텍사스를 캘리포니아처럼 망치지 말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작은 정부와 친기업 성향의 텍사스로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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