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주택분 종부세, 사상 첫 토지분 추월

입력 2021-11-24 17:08   수정 2021-11-25 01:09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가 토지분 종부세 세액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종부세가 도입된 이후 주택분 세액이 토지분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주택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종부세 기능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1년 새 주택 종부세 비중 24%p↑
국세청이 24일 발표한 토지분 종부세 고지 현황에 따르면 올해 토지분 종부세는 7만9600명에게 2조8892억원이 부과됐다. 지난해 7만7100명에게 2조4539억원을 부과한 것과 비교하면 인원은 2500명(3.2%), 세액은 4353억원(17.7%) 늘었다.

토지분 종부세가 전년보다 늘었지만 전체 종부세 고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줄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가 5조6789억원으로 전년(1조8148억원)에 비해 세 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종부세(4조2687억원)의 57.5%(2조4539억원) 수준이던 토지분 세액 비중은 올해 33.7%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주택분 세액 비중은 42.5%(1조8148억원)에서 66.3%(5조6789억원)로 급증했다.

종부세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주택분 세액이 토지분을 넘어선 것이다. 집값 폭등으로 주택분 종부세가 크게 늘어난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 2007년에도 주택분 종부세는 1조2611억원, 토지분 종부세는 1조5060억원으로 토지분이 더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주택분과 토지분 종부세가 모두 증가하면서 올해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7000명, 토지분은 7만9600명으로 종부세를 고지받은 인원이 102만6600명에 달한다. 지난해(74만4100명)에 비해 38.0% 늘었다. 총고지액은 8조5681억원이다.
종부세 기능 왜곡 우려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해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설계된 종부세는 그 특성상 법인 등이 보유한 대규모 토지 과세액 비중이 큰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주택 가격 상승과 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이 겹쳐 주택분 비중이 더 커지는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한 조세 전문가는 “종부세는 원래 토지에 대한 과세가 목적인데 올해 완전히 주택으로 역전돼 기능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분 종부세 부담이 커진 반면 토지분 부담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가격의 부동산을 보유하더라도 주택을 보유했을 때 세 부담이 훨씬 크다면 투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토지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 종부세는 나대지, 잡종지 등 종합합산토지에는 15억원 이하 0.75%, 45억원 이하 1.5%, 45억원 초과 2% 등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사업용 토지 등 별도합산토지에는 200억원 이하 0.5%, 400억원 이하 0.6%, 400억원 초과 0.7% 세율을 적용한다. 최근 정부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세율을 인상하면서 3주택자 이상 보유자(94억원 초과 6% 등) 세율과 2주택 이하 세율(94억원 초과 3% 등) 모두 토지분에 비해 세 부담이 커졌다.

종부세의 목적이 ‘투기 방지’라는 것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는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 가구가 하나의 주택을 보유한 것은 가격이 얼마이든 투기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 누구나 좋은 동네에 살 권리가 있는데 강남 등 비싼 지역에 주택 한 채를 보유했다고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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