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K스타트업에 VC들 잇단 '베팅'

입력 2021-11-26 08:27  

이 기사는 11월 26일 08: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벤처캐피털(VC)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K스타트업'에 잇달아 베팅하고 있다.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에 '지원사격'을 통해 국내와 해외 벤처 생태계를 잇는 한편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탄생에도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26일 VC업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소재 투자사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는 1억27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 2차 펀드 조성을 곧 마무리한다. 이 펀드는 미국 지역에서 한인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시드(초기) 단계부터 시리즈A 단계 기업으로, 티켓 사이즈(건당 투자액)는 50만(약 6억원)~300만달러(약 36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펀드에는 하나금융그룹, LG그룹과 더불어 팀 황 피스컬노트 대표, 정세주 눔 대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미국에서 유니콘을 이끌고 있는 한인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이 스타트업에 재무적인 투자 뿐만 아니라 경영 노하우까지 전수하는 일종의 '조언자'로 펀드에 참여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테슬라 등을 고객사로 둔 빅데이터 기업 피스컬노트는 약 13억달러(약 1조5400억원)의 몸값으로 내년 1분기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기업용 메신저 제공 회사 센드버드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 역시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또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는 지난 5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는 실리콘밸리의 VC인 사제파트너스와 국내 최초의 엑셀러레이터(AC)인 프라이머가 합쳐져 2018년 출범했다. 미국 버클리대 출신 이기하 대표와 김광록 대표가 이끌고 있다. 2018년 4300만달러(약 500억원) 규모로 한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첫 펀드를 결성했다. 푸드테크 '지구인컴퍼니', 반려견 항암제 개발사 '임프리메드' 등 50여 곳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다.

또다른 토종 VC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도 미국 K스타트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업무용 협업툴 '스윗'을 운영하는 스윗테크놀로지스의 1780만달러(약 21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또 신한GIB와 공동으로 만든 펀드를 통해 애드테크 '몰로코'에 2000만달러(약 240억원)를 투자, 유니콘 등극에 일조했다. 그밖에 서빙용 로봇 개발 업체 '베어로보틱스', 인공지능(AI) 기반 지게차 관제 기술을 가진 '모션2AI',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사 '어메이즈VR' 등이 주요 미국 내 한국계 스타트업 포트폴리오다.

현지 법인을 통한 투자도 이어진다. KDB산업은행은 최근 실리콘밸리에 VC 자회사인 'KDB실리콘밸리'를 세워 직접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본금은 1억달러(약 1200억원) 규모다. 주요 직접투자 대상은 미국 현지에서 한국계 창업자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나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포함됐다. 시리즈A 단계까지의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현지 벤처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는 업무도 병행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상장을 앞둔 KTB네트워크 등도 미국 법인을 통해 한국계 스타트업을 포함한 현지 기업에 베팅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K스타트업도 실리콘밸리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에서 유니콘을 일궈낸 한인 창업자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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