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요청에 이재용 움직였다…삼성 美반도체 2공장 '테일러시' 도장 [종합]

입력 2021-11-24 08:38   수정 2021-11-24 10:52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0조213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건설하는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확정됐다. 이번 투자로 2030년까지 대만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삼성전자는 경제 안보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플레이어'로 미국 내 입지가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왜 테일러시인가
삼성전자는 24일 미국 파운드리 2공장 부지를 테일러시로 확정하고 내년 1분기 착공하는 계획을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현재 운영 중인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과 함께 텍사스주에서 생산거점을 이원화하는 방안이다. 새로운 공장이 들어설 테일러시 부지에서 오스틴 공장까지는 40여㎞,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미국 첫 번째 파운드리 공장인 텍사스 오스틴시 인근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공장과 도로 등을 포함한 전체 부지 규모는 485만여㎡로 기존 오스틴 공장보다 4배가량 넓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 오스틴과 텍사스 테일러, 뉴욕 버펄로, 애리조나 등을 미국 2공장 후보지로 검토해왔다. 이 과정에서 테일러가 세제 혜택 등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제시한 데다 부지 확보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시 등 지방정부에서 삼성전자가 받는 전체 세금 감면 혜택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2공장을 내년 1분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오스틴 공장이 14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을 기반으로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한 반면, 테일러 공장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용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양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 파운드리 2공장 투자 결정을 최종 매듭짓고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의원들에게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직후 투자의 첫 단추"
미국은 중국과 패권 경쟁에서의 핵심이자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현지 생산 유치에 공을 들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반도체 제조 공장에 산업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반도체생산촉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의회를 통과할 경우 추가적인 지원금도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시로 확정한 또 다른 이유로는 고급 인력 수급 문제도 꼽힌다.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등 주요 대학이 테일러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테슬라도 지난 10월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제2 반도체 공장은 1800여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삼성 오스틴 공장을 비롯해 오라클, HP 등 주요 IT 기업도 텍사스주에 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가석방 직후 발표한 3년 동안 240조원 투자 계획의 첫 단추라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3개월여만에 나왔다"며 "한국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할 당시 반도체·백신 역할론 등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데 대해 삼성이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부터 미국을 방문했다가 이날 귀국하는 이 부회장은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협력을 구하면서 투자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이유로 가장 공을 들여온 업체가 삼성전자"라며 "투자 마무리로 미국과 삼성 모두 한숨 돌리게 됐다. 이번 투자는 향후 삼성전자의 미국 내 사업 재편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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