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탄생한 지 60년을 맞는 해다. 최근 융·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 간 연결의 힘을 배가시키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지원제도가 추진되면서 공동사업이 활성화되고 개별 기업의 경영 성과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 회원 1075개사와 비회원 5115개사의 2017~2020년 재무제표를 비교한 결과, 조합원사는 비회원사보다 평균 12.8명을 더 고용했다.
급여 또한 연평균 70만원 더 많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조합원의 평균 부가가치는 31억5000만원으로 비조합원(16억3000만원)의 두 배 수준이었고 순이익률은 2.5%로 비조합원(1.8%)보다 0.7%포인트 높았다. 총자산 규모는 69억6000만원으로 비조합원(66억3000만원)보다 3억3000만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그동안 중소기업자 지위 인정을 못 받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참여가 불가능했다. 중기중앙회는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 노력한 끝에 2019년 7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4월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중소기업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개정안 시행 후 처음으로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은 한국제약협동조합은 환경부와 경기도로부터 공동폐수처리시설 수질자동측정기기 설치 운영비의 60%를 지원받았다.
협동조합의 인력난도 일부 해소됐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목돈 마련과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를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중소기업자 지위 인정 후 인력지원제도 활용에 적극 나선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5명의 직원이 내일채움공제 등에 가입했다.
연구개발(R&D)도 탄력을 받았다.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는 개정안 시행에 따라 조합 내 독립된 연구시설을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연합회는 이를 계기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소매업에 대한 연구를 집중 수행해 안전관리 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국노면처리산업협동조합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등도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을 계기로 연구원에 대한 인건비 세액공제는 물론 정부 R&D 지원사업에 주관기
관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지원 정책에서 소외됐던 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을 위한 지자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019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보조금 지급 주체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된 영향이다. 2019년 8월 ‘충북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 조례’가 처음 시작된 이후 올해 11월 세종시 조례 제정을 끝으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모두 협동조합 지원 조례 제정을 마쳤다.
최근 기초지자체의 조례 제정도 한창이다. 지난해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전남 여수시가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올해 전국 43개 지자체에서 조례 제정을 마무리했다. 입법예고를 포함하면 연내 57곳에서 조례가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례 제정으로 기초지자체도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정책 지원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경기 파주시는 관내 조합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며 정책 지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포천시는 관내 염색공장 집적지에 공업용수관 설치에 필요한 재정 지원에 나섰다.
내년 수립될 3차 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에 거는 중소기업협동조합계의 기대도 크다. 중기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시행될 3개년 계획 수립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탄소중립 등에 따른 대응 방안과 4차 산업 등 신산업 관련 조합 설립 유인 방안 등이 마련될 전망이다. 또한 금융 인력 시설 등 조합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대도 추진될 전망이다.
조진형 중기중앙회 협동조합본부장은 “내년이면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역사가 60년이 되는데, 탄소중립과 ESG 등 새로운 산업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또 “협동조합이 중소기업 지위 인정을 받은 만큼 공동사업 활성화를 통해 업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협동조합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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