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이 다음달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함께 3당 연립정부를 출범시킨다. 이른바 ‘신호등’(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정이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탈석탄 가속화와 같은 정책을 추진해나갈 전망이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는 24일(현지시간) 친기업 성향인 자민당, 진보 색채의 녹색당과 합의한 연정 구성안을 발표했다. 지난 9월 독일 총선에서 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중도우파 연합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오른 지 두 달 만이다. 메르켈 총리 시절 재무부 장관을 지낸 숄츠 대표는 다음달 독일 연방의회에서 차기 총리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독일에서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리는 것은 1950년대 이후 처음이다. 빨강(사민당) 노랑(자민당) 초록(녹색당) 등 각 당 대표색으로 상징되는 신호등처럼 이들의 노선 차이는 분명하다.
3개 정당은 우선 법정 최저임금을 현행 9.6유로에서 12유로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 퇴출 시한을 기존 2038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투표 가능 연령을 18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낮추는 데도 뜻을 모았다.
내각 구성에도 합의를 이뤘다. 연정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재무부 장관에는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가 오를 전망이다. 녹색당 총리 후보였던 아날레나 베어보크 대표는 독일 최초 여성 외무장관으로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서로 반대되는 새 정부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경쟁적 의제의 균형을 맞추는 숄츠 대표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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