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한결 간결해졌지만 미니멀리즘을 위해 든 돈도 만만치 않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그는 “미니멀리즘을 위해 지출한 내역이 2000만원 이상으로 생각보다 많았다”며 “공간을 비우는 것도 돈이 들더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집 안에 처박혀 있던 물품들을 정리하거나 공간을 재배치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다. 이 인테리어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줄여 간결함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미니멀리즘이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리를 위한 용품이나 공간 차지가 적은 미니가구·가전 등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에선 주로 물건을 늘어놓는 것을 지양한다. 이를 위해 물건을 보이지 않게 두거나 숨길 수 있는 수납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좁은 공간이나 틈새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랍용품이나 필요에 따라 원하는 장소로 옮겨서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서랍장 등이 인기다.
초소형 미니가전의 인기도 높아졌다. 최대 취사 용량이 단 1인분에 불과한 밥솥이나 초소형 식기세척기 등이 대표적이다. 초소형 가전 제품의 판매확대 등에 주력해 온 쿠쿠전자는 이같은 전략이 시장에 먹히면서 지난해에 매출 5878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4%, 43.8% 증가한 규모다.
미니멀리즘을 위해 되레 소비를 아끼지 않는 현상이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선 미니멀리즘 유행과 '플렉스(재력이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행위)'를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시장이 생겨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인테리어는 시공 단가가 높은 주로 고급주택에나 적용되던 방식으로 최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선호도가 커진 것이 특징이다. 시공 비용에만 수천 만원이 든다. 고급 리모델링 사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과 기업들의 매출은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6년 28조4000억원에서 작년 41조5000억원까지 성장했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집안 곳곳에 불필요한 장식을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며 보이는 진열보다는 숨기는 수납을 위한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사실상 보이는 리모델링 용법보단 숨기는 법이 단가가 세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많이 적용할수록 시공 비용이 커져 전용 84㎡ 기준 최대 7000만~8000만원까지 드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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