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아닌 자영업자, 주부 등 일반 개인에게 건강검진은 건너뛰자니 찜찜하고, 받자니 부담스러운 숙제 같은 존재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어느 병원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지, 예약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귀찮은 일이다.
녹십자헬스케어가 이런 사람들을 겨냥해 스마트폰 앱으로 싸고 쉽게 건강검진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 초 선보인다. 앱을 통해 예약한 개인고객을 묶어 ‘단체할인’을 적용, 검사비를 개별 예약가격의 최대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구상이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이렇게 확보한 개인별 검진 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운동·식단을 제안하고, 병원 예약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 ‘헬스케어 시장의 네이버’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안 대표는 맞춤형 정보 서비스의 출발점을 건강검진에서 찾았다. 각자 받은 검진 결과를 토대로 회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제공해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건강관리 앱 및 유튜브 채널과 차별화가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이를 위해 그동안 쌓은 기업 건강검진 예약대행 노하우를 일반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40만 명가량인 회원 수를 내년에 100만 명으로 끌어올린 뒤 수년 내 1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핵심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수검자를 많이 모아 병원에 안겨주는 식으로 검진비용을 대폭 낮춘다는 전략이다. 안 대표는 “수백~수천 명이 검진받는 기업은 1인당 검사비가 각자 예약할 때보다 50%가량 낮다”며 “병원으로선 수검자가 없으면 그냥 놀려야 할 장비 활용도를 높이고 홍보·마케팅비를 아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 ‘간편 예약 시스템’을 더한다. 병원별 검진 서비스의 장단점과 비용을 한눈에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슷한 연배는 주로 어떤 검사를 추가하는지’ ‘또래의 혈당수치, 체질량지수(BMI)는 어떤지’ 등도 알려준다. 이 앱을 통해 예약하면 검진병원을 매년 바꿔도 연도별 검진 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넣을 계획이다.
안 대표는 신규 회원을 끌어들이고 기존 회원의 앱 방문횟수를 늘리기 위해 첫 화면을 ‘적정걸음 수’로 장식하기로 했다. 개인별 검진 결과를 토대로 AI가 산정한다. 당뇨 전 단계에 있는 20대 남성은 1만 보, 콜레스테롤이 높은 60대 여성은 5000보를 제시하는 식이다. 저녁식사 시간이 지났는데도 ‘숙제’를 못 하면 ‘스쿼트 50회’ 등 집에서 부족분을 채울 수 있는 대안도 준다. 운동뿐만 아니라 맞춤형 식단도 짜준다.
또 다른 ‘킬러 콘텐츠’는 질병 추정 및 병원 추천 서비스다. 회원이 겪는 증상을 앱에 입력하면 AI가 기존 건강검진 결과와 연계해 어떤 병에 걸렸을지 추정 결과를 낸 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이런 질병을 잘 치료하는 주변 병원을 추천해준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