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시멘트 공급 물량의 핵심 유통기지인 경기 의왕을 비롯해 덕소·팔당·수색 유통기지가 화물연대 차량으로 봉쇄됐다. 강원 동해·영월(쌍용C&E), 충북 단양·제천(한일·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 생산공장도 화물연대 위협으로 멈춰섰다. 전국 2700대 시멘트운송차량(BCT) 중 화물연대 소속은 10~20%에 불과하다. 하지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BCT 차주들에게 ‘보복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지면서 전체 시멘트업계의 ‘발’이 묶였다. 전국에서 공급이 막힌 영향으로 시멘트 출하량은 이날 평소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시멘트에 모래 자갈 등을 섞어 만드는 레미콘도 출하가 막혀 전국 공사 현장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물연대가 수출입 화물이 오가는 부산 평택 광양 울산 인천 등 주요 항만을 막으면서 제조업체 사장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소비재 제조업체 사장은 “항만에서 빈 컨테이너를 가져와야 수출 제품을 담아 보내는데 항만이 막혀 컨테이너를 구할 수 없다”며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푸념했다. 이미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급등으로 비상이 걸린 수출 기업들은 이번 총파업에 따른 납기 지연으로 해외 바이어가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주에게 운송을 맡겼다가 차량 타이어가 펑크나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보복 피해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의 주요 요구사항은 안전운임 일몰제(2022년까지) 폐지와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이다. 안전운임제는 일종의 ‘최소 운임제’로 일정 수준 이하의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된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운임이 30~50%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며 “국내 운송을 피하기 위해 생산 물량을 모두 해외로 돌린 기업도 생겼다”고 했다.
더 큰 위협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노조의 자세’라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불법 행위에 기업과 정부가 계속 끌려다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레미콘업계는 운송업자들의 불법 파업 후 건설공사 중단과 운반비 급등이 이어지면서 파업이 매해 여름 정례화되는 추세다. 노조가 언제까지 ‘법 위의 노조’로 남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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