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깬 롯데

입력 2021-11-25 17:23   수정 2021-12-03 15:1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말 정기인사에서 칼을 빼 들었다. 부회장이 맡는 롯데쇼핑 신임 수장에 30년 ‘P&G맨’인 김상현 대표(부회장)를 영입했다. ‘비(非)롯데맨’이 대표를 맡은 것은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처음이다. 롯데그룹 문화에서 전례가 없는 충격요법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명단 A37면

롯데는 25일 롯데지주를 포함해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파격’이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HQ(사업군) 체제 중 두 곳의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김교현 화학 총괄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롯데제과 대표 겸직)는 유임됐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상필벌’ 원칙을 명확히 드러냈다.

유통 사업군을 맡은 김 신임 대표는 P&G에서 1986년 평사원으로 시작해 미국 본사 부사장(신규사업 담당)까지 지낸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홈플러스 부회장과 홍콩 소매유통 그룹 DFI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신 회장이 극비리에 면접을 진행했을 정도로 공들인 인물이다. 침체에 빠진 롯데쇼핑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 특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서비스 총괄대표에 안세진 놀부 대표를 내정한 것도 예상을 깬 인사라는 평가다. 안 신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2017년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그룹의 숙원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초 호텔 대표로 면접을 보진 않았지만 C레벨 외부 인사 중 호텔롯데 비전에 가장 적합해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규사업 전문인력 영입을 계기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글로벌, 온라인, 데이터 등 3대 키워드를 주축으로 M&A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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