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태전동 ‘농부장터’는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로컬푸드 매장이다. 1, 2층 총 620㎡ 규모로 1층에는 농산물 매장, 2층엔 로컬푸드로 음식 등을 만드는 레스토랑·카페 등을 갖췄다. 300㎡ 크기의 1층 매장에는 농민들이 갓 수확한 채소와 함께 곡물과 생강, 버섯가루 등의 농산물이 종이봉투에 정성스럽게 소분돼 진열돼 있다.
지난 24일 이곳에서 만난 농민 김분선 씨(56)는 자신이 재배한 얼갈이배추, 열무 등을 가져와 직접 진열하고 있었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인근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서 1만㎡ 규모로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
그에게 농부장터는 새로운 농업 인생이 시작된 곳이다. 김씨는 “농부장터와 거래하기 전에는 농산물도매시장에 모두 내다 팔았다”며 “농사 규모가 과거에 비해 줄었는데도 수익은 요즘이 훨씬 많다”고 했다.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내다 팔면 한 번에 쉽게 넘길 수 있지만 가격의 등락폭이 심해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헐값에 넘긴 뒤 좌절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씨는 “농부장터에서는 누가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지 훤히 알기 때문에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농부장터에는 김씨 부부처럼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농가가 160곳이다. 2018년 10만 명이던 연간 이용객(연인원)은 2019년 12만 명, 지난해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매출은 2019년 29억원에서 지난해엔 36억원, 올해는 4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대구 로컬푸드 대표매장인 농부장터의 성장 추세를 보여주는 데이터다.
김기수 농부장터 대표는 로컬푸드 운동이 생소했던 대구에서 2008년 100㎡ 규모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농부장터는 생산자·소비자·직원이 모두 조합원인 전국에서도 독특한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매출 1등이 목표가 아니다”며 “생산자를 배려하는 소비, 소비자를 생각하는 생산을 하다 보니 서로 신뢰가 쌓이고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농부장터에 곡물 디스펜서를 설치했다. 소비자들은 이 디스펜서에 담긴 쌀, 찹쌀, 기장 수수 등을 천 장바구니에 담아간다. 김 대표는 “300㎡ 매장에서 연간 사용하는 비닐을 계산해보니 수십만 장에 달해 깜짝 놀랐다”며 “환경에 유해한 비닐 사용을 줄이자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취지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늘고 곡물을 담는 재미도 있어 일부 농산물은 일반 포장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했다.
김 대표는 26일 대구시와 함께 달서구 용산동 대구기업명품관 1층에서 로컬푸드와 대구사회적경제 제품을 판매하는 사회적경제유통지원센터 ‘어울뜰’ 개장식을 한다. 그가 14년간 공을 들인 농부장터의 성공 기법을 접목하고 로컬푸드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운영은 대구경북의 10개 협동조합이 모인 대구경북로컬푸드이업종조합연합회가 맡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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