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수의 별 따기

입력 2021-11-29 11:30  


[이진주 기자] 목적지가 있는 삶은 유의의하다. 이따금 신기루로 인해 막다른 길에 도착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불시착이 꿈을 계속 좇을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록 조금 우회할 수 있어도 광활한 풍경을 담았기에 언젠가 나만의 연료로 소비할 수 있지 않을까.

가수 기수(KISU)는 10년째 때 묻지 않은 꿈을 간직하고 있다. 그에게 피아노와 연필이 곧 지도와 나침반인 셈. 물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일말의 기대뿐이지만,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무수한 별들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천진한 소감을 전해왔다.

올해 11월 24일 두 번째 앨범 ‘Waves of you’를 발매하며 또 한 걸음 내밟은 그. 더욱 풍부해진 감성과 확고해진 마음가짐으로 돌아온 그의 반짝이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Q. 2015년 24K(투포케이)로 활동 당시 그룹 촬영을 진행했다. 이제는 어엿한 솔로 가수가 되어 만났는데, 오늘 촬영은 어땠나.

“멤버들과 촬영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이라 어색하고 서툴렀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진솔하고 진중한 촬영이었다. 또 오랜만에 듣는 사진 셔터 소리가 너무 좋았다”

Q. 얼마 전 발매된 신곡 ‘Waves of you’에 대해 소개해 달라.

“‘Waves of you’는 바다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늘 걱정을 달고 사는 편인데 문득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이 꼭 내 마음 같더라. 반면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너무 평온하고 조용해 보였다. 그 장면을 보고 ‘당장의 고민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느껴 가사를 쓰게 되었다. 또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내가 여러분들의 옆에 있고, 이제는 내가 지켜줄게’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봤다”

Q. 지난 앨범처럼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했다고. 이번 곡의 리스닝 포인트는?

“매력적인 가성으로 채운 후렴구와 ‘너로 젖었어, I will alway be what you need’라는 가사 구절을 집중해서 들어 달라. 그리고 바다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진짜 파도 소리를 담아봤고  다음 앨범에 대한 스포일러도 있으니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Q.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는?

“어릴 적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친구들과 간 노래방에서 처음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재능을 발견했고 이후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희망하게 되었다”

Q. 본격적으로 솔로 가수로 활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룹 활동을 하며 접한 음악은 원래 하고 싶은 방향과 맞지 않았다. 아이돌로서 무대를 꾸미며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스케줄이 끝나면 혼자 연습실에 가서 곡을 썼다. 이후 회사에서 습작으로 솔로 발표를 제안해왔고 나의 진솔한 이야기를 많은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Q. 그룹과 솔로는 어떻게 다르던가.

“그룹일 때는 힘들면 멤버들과 서로 의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이겨내야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 큰 것 같다. 요즘도 대부분의 멤버들과 연락하며 지내는데, 언젠가 다 함께 공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Q. 아이돌 활동을 마치고 보컬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연신내에서 보컬 강사로 일한다고 적혀 있어 한동안 연락이 많이 왔다. 분당에서 보컬 강사로 1년 정도 일하고 있고 팀 ‘알맹이’의 ‘린(chois)’이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를 받아 시작하게 되었다”

Q. 늘 가르침을 받다가 반대로 가르침을 주는 입장이 되어 보니 어떻던가.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레슨을 할수록 내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꿈을 위해 달려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동기가 되고자 더욱 강하게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간 친구들도 있다. 조만간 제자들이 데뷔해서 같은 무대에 선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Q. 평소 음악적 영감은 어떻게 얻는 편인가.

“보통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영감을 얻는다. 또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멜로디가 떠오를 때도 있는데, 잊지 않기 위해 음성을 녹음하려다 사고 날 뻔한 적도 있다(웃음).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영상 감독으로서 아티스트들의 MV나 라이브 클립을 촬영하고 있는데, 곡을 쓸 때처럼 영상도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표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Q. 본인의 노래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BOY’는 나에게 의미가 있는 곡이다. 아직 나는 스스로가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른으로 대한다.
하루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줄곧 소년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어른인 척하며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싶은 아이디어가 녹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첫 자작곡 ‘우리 둘이’다. 제목만 보면 연인의 이야기 같지만 어머니 성함 ‘이둘이’에서 따왔다.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노래했기 때문에 그 어떤 곡들보다 애착이 간다”

Q. 음악적으로 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장르 불문하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특히 외국 뮤지션들과 작업해보고 싶어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etham과 DM을 주고받으며 콜라보를 계획했지만 코로나로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다”

Q. 그렇다면 롤모델도 있을까?

“딱 떠오르는 롤모델은 없다. 모든 것이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느낀 후로 누군가를 따라가기보다 나 자신을 갈고닦아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Q. 2012년 데뷔해 어느덧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감회가 어떤지.

“벌써 10년을 바라보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함께해준 가족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팬 여러분들 덕분에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었다”

Q. 그동안 가수 활동에 좌절이나 슬럼프는 없었나.

“재작년 입대했을 때가 가장 절망적이었다. 예상과 달리 아이돌로 성공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첫 휴가를 나와 방 정리를 하다가 스무 살 때 미래에 대해 쓴 메모장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꿈이 좌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게 모르게 내용의 절반 이상은 이룬 듯했다. 100%는 아니지만 근사치만큼은 해낼 수 있다는 걸 느낀 후부터는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

Q.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꼭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을까?

“나는 공부 할 때도, 음악 할 때도 언제나 중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노력하고 연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위치에서의 내가 아닌 온전한 내가 보였고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Q. 궁극적으로 어떤 가수가 되길 바라나.

“당연한 가수. 굳이 수식어가 붙지 않고도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한다”

Q. 새해가 머지않았다. 2022년 계획/목표는?

“우선 3년 안에 빌보드 탑 100에 차트인 하는 것. 또 음악뿐 아니라 영상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고,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도전해 보고 싶다”

Q. 내년 3월에는 유럽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다. 24K 시절 다양하게 해외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이번에 유럽을 우선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유럽투어 당시 공연에 와주신 분들께 내년에도 공연하러 오겠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입대와 코로나바이러스로 지키지 못했다. 그 약속을 지키고자 유럽투어를 결정하게 되었다”

Q. 코로나19로 그동안 팬들과 왕래가 뜸하지 않았나. 오랜만에 마주하는 기분은?

“그간 온라인상으로만 소식을 들려드리다가 실제로 뵐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걱정 없이 교류하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10년 가까이 음악을 해오면서 포기하지 않고 음악 할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 마음을 헛되이 생각하지 않고, 하루빨리 좋은 음악과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049. (무슨 의미인가) 데뷔 당시 만든 팬들과 나만의 암호(?)로 ‘영원히 사랑하고 고마워’라는 뜻이다. 해외 팬들도 숫자로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젠가 이 제목의 노래로 근사하게 보답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천유신
스타일리스트: 나지연
헤어: 코코미카 소은 실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정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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