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만 해도 40만엔(약 412만원), 더블로 드립니다'
일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면서 제조업과 물류업, 외식업을 중심으로 인력쟁탈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기가 본궤도에 오르면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일찌감치 '입사 축하금 2배' 등의 조건을 내걸며 일손을 구하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9월말 2200명인 기간제 근로자를 2600~28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과 같은 수준이다. 근로자 확보가 어려운 심야시간대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입사할 때 지급하는 일시금을 20만엔으로 2배 늘렸다.
스바루는 입사 지원금을 40만엔으로 2배 인상했다. 기간제 종업원을 350명 늘리기로 한 마스다는 일당을 8770엔으로 9% 올렸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인력쟁탈전을 벌이는 것은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어서다. 반도체와 부품 부족으로 인해 지금까지 일본 자동차 업계는 당초 생산량보다 200만대를 감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량 회복을 위해서는 인력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간제 종업원은 기업이 3~6개월로 기간을 정해두고 직접 고용하는 계약사원을 말한다. 자동차나 기계 등 제조업체들이 증산과 성수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채용한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경우 공장 근로자의 10% 가량이 기간제 근로자로 추산된다. 도요타와 혼다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작년 초 기간제 근로자 모집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현장 근로자 확보는 자동차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구직사이트 운영사 인터웍스에 따르면 10월 제조업 평균 시급은 1336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엔 올랐다.
물류업계도 인력난 해소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아마존재팬은 계약사원의 시급을 1200엔으로 늘렸다. 수도권 물류작업 근로자의 평균 시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물류시설 개발회사인 일본GLP는 주부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보육소까지 설치했다.
소비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외식업계의 아르바이트·파트타임 직원 확보 경쟁도 뜨겁다. 이자카야 체인 요로노타키는 이달부터 도쿄 신주쿠와 이케부쿠로 직영점의 아르바이트 시급을 1200엔으로 50~100엔 올렸다.
취업정보 사이트 마이나비에 따르면 10월 일본 외식업계 평균 시급은 처음 1000엔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의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은 1103엔으로 지난해보다 15엔 올랐다.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일본 외식업계 종사자는 지난 9월 기준 207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에 비해 55만명 줄었다.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자 숫자도 2059만명으로 140만명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조·물류업과 외식업계의 인력쟁탈전이 비정규직 고용확대와 처우개선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규직의 급여도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재계에 올해 임금을 3% 올려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정규직의 급여를 올려 자신의 간판정책인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실현시킨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노조의 임금협상을 전면 지원하는 '관제춘투'를 계승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제 춘투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정부가 2014년 처음 시작했다. 2018년에는 '임금인상률 3%'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내걸었다. 그 결과 아베 총리 집권 기간인 2014~2020년 평균 인상률은 2.18%로 7년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인상률이 3%를 달성한 해는 없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민간 주요기업의 임금인상률은 2015년 2.38%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아베 총리가 3% 인상률을 제시한 2018년도 2.26%였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은 지난해 대기업 평균인상률은 1.82%로 2013년 이후 처음 2%를 밑돌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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