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에 등장한 제시문이다. “불 수능이었다”는 평가에 이 지문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제시문은 학생들이 평소 접하지 못한 단어들로 꽉 채워져 있다. 첫 문장이 기축 통화로 시작한다. 트리핀 교수, 브레턴우즈 체제라는 단어가 잇따른다. 국제 유동성, 금 본위 체제, 금 태환, 닉슨 쇼크에 눈이 다다르면 머리가 멍해진다. 지문 길이가 1500자나 된다.
기축 통화는 국제 거래에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고 환율 결정에 기준이 되는 통화이다. 1960년 트리핀 교수는 브레턴우즈 체제에서의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한 국가의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 간 차이인 경상 수지는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면 적자이고,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면 흑자이다. 그는 “미국이 경상 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아 국제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적자 상태가 지속돼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준비 자산으로서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 환율 제도도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트리핀 딜레마는 국제 유동성 확보와 달러화의 신뢰도 간의 문제이다. 국제 유동성이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통용력을 갖는 지불 수단을 말하는데, ㉠ 금 본위 체제에서는 금이 국제 유동성의 역할을 했으며, 각 국가의 통화 가치는 정해진 양의 금의 가치에 고정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 간 통화의 교환 비율인 환율은 자동적으로 결정되었다. 이후 ㉡ 브레턴우즈 체제에서는 국제 유동성으로 달러화가 추가되어 ‘금 환 본위제’가 되었다. 1944년에 성립된 이 체제는 미국의 중앙은행에 ‘금 태환 조항’에 따라 금 1온스와 35달러를 언제나 맞교환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했다. 다른 국가들은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가치를 고정했고, 달러화로만 금을 매입할 수 있었다. 환율은 경상 수지의 구조적 불균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1% 내에서의 변동만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기축 통화인 달러화를 제외한 다른 통화들 간 환율인 교차 환율은 자동적으로 결정되었다.(중략)
그러나 붕괴 이후에도 달러화의 기축 통화 역할은 계속되었다. 그 이유로 규모의 경제를 생각할 수 있다.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 어떠한 기축 통화도 없이 각각 다른 통화가 사용되는 경우 두 국가를 짝짓는 경우의 수만큼 환율의 가짓수가 생긴다. 그러나 하나의 기축 통화를 중심으로 외환 거래를 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수능 비문학 지문은 지문 내용과 관련해 수험생의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지만 생소한 용어들과 주제, 흐름으로 구성된 긴 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용어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고, 주제와 흐름도 개념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생글생글을 꾸준히 읽은 학생이라면 이 문제를 보고 “웬 꿀이냐”며 콧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생글생글은 이 제시문에 나오는 용어, 주제와 관련한 글을 정말 많이 실었다. 기축 통화, 트리핀 효과, 브레턴우즈 체제, 금 본위, 닉슨 쇼크, 금리 인상과 통화가치 간의 관계, 환율 하락과 상승 이슈는 단골 메뉴다. 생글생글 홈페이지(sgsg.hankyung.com) 검색창에 당장 기축 통화를 입력해보라. 국어 제시문과의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글을 바로 만나게 된다. 이 글의 제목은 ‘기축 통화와 트리핀 딜레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생글생글 7월 26일자 717호다. 두궁~~~ 금 본위 체제를 다룬 글도 몇 개월 전인 701호 생글에 실렸다. 달러 문제는 불과 한 달 전 ‘다시 强달러 시대 온다’는 제목으로 나왔다.
국어 비문학에서 경제 지문은 자주 나온다. 2020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도 ‘BIS 자기자본비율’을 다룬 경제 지문이 실렸다. 37∼42번 문제였다. 그때 경제 지문이 등급을 갈랐다. 올해 생글생글 7월 12일자를 비롯해 많은 지면에서 BIS의 의미와 중요성이 다뤄졌다. 경제 제시문이 많이 출제되는 이유는 수험생의 종합사고력을 검증해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영역이 경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4~9번 문제에 등장한 헤겔 철학 역시 생글 연재물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에서 다뤘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