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와 연말이 겹치면서 술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주량보다 과하게 술을 마시다 보면 쉽게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술꾼도시여자들'은 기승전'술'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유쾌한 요가강사,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종이접기 유튜버, 현실에 지친 예능 작가까지 30대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고민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처럼 술로 하루를 마무리했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소주나 맥주 뿐 아니라 와인, 막걸리 등 주종과 관련 없이 모든 술이 몸에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는 것.
술의 사전적 의미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는 취하는 음료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음료인 셈이다.
주 성분은 물과 에탄올이다.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에탄올은 우리 몸의 해독 기관인 간에서 ADH(알코올 탈수 효소)에 의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ALDH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에 의해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된 뒤 소변으로 배출된다.
때문에 "주량이 세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인 ALDH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ALDH 효소가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지어 알코올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성질인 알코올분내증(알코올분해장애)은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인에게만 발견된다.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장애인데 한국인 중엔 35%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숙취해소제가 2600억 원어치 팔렸는데, 한국에서만 숙취해소제가 유독 잘 팔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술자리에서 "술은 먹다 보면 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게 변하는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기 때문에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체내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소(NIAAA)의 연구에 따르면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식도암 발병률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들보다 6~10배 정도, 대장암 발병률이 6배 정도 높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량은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사람에 따라 알코올 분해 능력이 차이가 난다"면서 "술을 자주 마시면 효소 분비가 활발해져 일시적으로 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효소 분비 능력이 증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과음으로 간에 손상이 가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도리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과음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술을 마시기 전에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실 땐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농도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 교수는 "음주하기 전에 가벼운 식사를 하여 알코홀 흡수 속도를 늦추고, 위벽을 보호하는 게 좋다"면서 "음주를 하면서 물을 자주 많이 마시면 탈수와 숙취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탄산수나 탄산음료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음주를 할 때에는 짜고 매운 안주나 국물은 피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 회, 살코기와 신선한 채소 안주가 도움이 된다"면서 "취한다고 구토를 하면 역류성식도염이나 식도 손상의 원인이 된다"고 당부했다.
도움말=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미나/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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