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위에서 치는 공도 어려운 ‘골린이’들에게 모래 웅덩이에서 쳐야 하는 벙커샷은 정말 ‘멘붕’(멘탈붕괴) 그 자체일 겁니다. 샌드웨지를 쥐고 열심히 쳤는데 공이 바로 앞에 떨어지거나 벙커 턱을 못 넘기기 일쑤죠. 두 번, 세 번 시도하기엔 게임 진행 속도 때문에 눈치가 보이고, 타수도 무한대로 늘어납니다. 일반 샷처럼 평소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 샷입니다.
벙커샷도 좋은 셋업에서 시작합니다. 벙커에 빠져도 셋업만 제대로 챙긴다면 ‘나이스 아웃’ 할 수 있는 셈이죠.
우선 클럽 헤드는 시계방향 1~2시 사이를 가리킬 정도로 열어주세요. 샌드웨지 헤드를 열어주면 바운스가 더 커져 모래의 저항을 이겨내기에 유리해집니다. 또 백스핀도 더 만들어지고 공도 높이 뜨게 되기 때문에 공이 구르는 런이 적게 생기죠. 다만 캐리가 짧아지는 만큼 스윙을 크게 해줘야 합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가장 흔한 오해와 실수는 벙커샷이 칩샷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스윙을 작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벙커샷은 모래 저항을 이겨내고 공을 띄워 내보내야 하는 샷입니다. 스윙을 작게 하면 모래 저항 때문에 클럽 헤드 스피드가 임팩트 때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벙커를 탈출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벙커는 반드시 풀 백스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세요.
스탠스는 꽤 넓게 잡아주세요. 칩샷에서처럼 5~10도 정도 오픈 스탠스로 잡아주고 공은 가운데 혹은 조금 왼쪽으로 둡니다. 셋업 때 체중의 60%를 왼쪽 발에 실어주고 백스윙 내내 이를 유지합니다. 그래야 다운스윙 때 우리가 목표로 하는 공 뒤 5㎝ 지점을 일정하게 맞힐 수 있어요.
일반 아이언 샷에서처럼 백스윙 때 오른쪽으로 중심이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샌드웨지 길이가 짧기 때문에 몸의 중심이 공 앞으로 미처 돌아오지 못한 상태에서 공을 치게 됩니다. 뒤땅 또는 톱볼이 나오는 이유죠.
셋업을 잡은 뒤에는 스윙 궤도를 점검합니다. 발을 살짝 오픈 스탠스로 섰기 때문에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아웃 투 인’ 스윙을 해야 할지, 타깃 방향과 같은 궤도로 칠지 의견이 다소 분분하죠.
정답은 없습니다. 저는 타깃 방향으로 궤도를 유지하는 쪽을 선호해요. 바운스가 훨씬 일정한 장점이 있죠.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궤도는 공에 사이드 스핀이 걸립니다. 이 때문에 공이 착지한 뒤 오른쪽으로 굴러가는 런까지 계산해야 하고, 공의 방향도 컨트롤하기 까다롭습니다. 다만 공의 라이가 좋지 않은 경우 백스핀을 더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웃 투 인 궤도가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벙커 탈출의 달인이 되고 싶다면 공 뒤편 5㎝ 지점을 일정하게 맞히는 연습을 해보세요. 벙커에 들어가 공을 가운데 두고 1만원짜리 지폐 길이 정도의 간격으로 몸과 수직으로 평행한 선 두 개를 그어줍니다. 5개 정도 공을 연달아 쳐보세요. 그러면 내 헤드가 모래로 들어간 흔적이 남을 겁니다. 이 자국이 일정한 패턴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에이미 조 LPGA 클래스 A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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