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도록 내버려 두면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10명(백신 접종 완료자 6명+미접종자 4명)에서 6명(4명+2명)으로 줄여야 한다.”(의료계 위원)
“확진자가 주로 식당·카페·노래방에서 나왔다는 데이터가 있으면 보여달라. 그런 증거가 없지 않나.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또다시 강요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자영업자 위원)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장 분위기는 살벌했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를 잠재우기 위해 느슨하게 풀었던 방역 조치를 다시 좨야 한다”는 총론에는 대부분 수긍했지만, ‘어디를 어떻게 죌 거냐’는 각론에선 의견이 갈렸다. 결국 26일 내놓기로 했던 방역 강화 조치 발표 시점은 오는 29일로 밀렸다.
정부도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최근 유행의 원인인 돌파감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라며 “추가 접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3차 기본 접종’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지정되면 6개월 간격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게 정례화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점을 감안해 코로나19 백신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같이 국가 필수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패스를 10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와 18세 미만 청소년이 많이 찾는 장소에 적용하는 방안도 29일 발표할 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10대(10~19세)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 청소년 백신 접종률 제고 필요성 등을 감안해 백신을 맞지 않은 10대는 노래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 입장을 막는 것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10대는 코로나19에 걸려도 무증상이 많은 데다 백신 접종률이 낮아 이곳저곳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10대발(發)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체 누적 확진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879명으로 전 국민 평균(835명)보다 높다. 반면 12~17세의 접종 완료율은 18.7%로 전 국민 평균(79.4%)의 4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10대뿐 아니라 전체적인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접종자가 확진될 경우 치료비 일부를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금 쓸 수 있는 카드는 추가 접종을 안 하면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병상가동률 등 방역 관련 수치만 보면 당장 시행해야 할 조치들이다. 하지만 김 총리는 “후퇴 카드를 쓰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제 막 숨통이 트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게 첫 번째 이유다. 국민 여론도 ‘방역 재강화’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계속 시행’으로 양분돼 정부가 방역 강화 조치를 밀어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 스스로도 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뒷걸음질 치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을 놓고 주말 내내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안대규/장강호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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