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과시해야 제 맛"…제니·신민아 패션의 완성은 OO

입력 2021-11-27 22:50   수정 2021-11-28 02:00


데뷔 4년 만에 월드스타가 된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애호가이자 브랜드 앰버서더(홍보대사)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샤넬의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한 사진을 즐겨 올리는 그를 팬들은 '인간 샤넬'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달 파리 패션위크 샤넬 2022 봄·여름 컬렉션 패션쇼 방문을 위해 프랑스 파리를 찾은 제니는 샤넬의 로고가 직조된 연보라색 원피스를 착용한 사진으로 700만개가 넘는 팬들의 '좋아요'를 얻었다. 패션쇼 참석 당시 큼지막한 샤넬 로고 목걸이와 벨트, 트위드 소재의 크롭톱 베스트와 미니스커트 셋업을 매치한 사진에 팬들은 900만개가 넘는 '좋아요'로 호응했다.

드마라 '갯마을차차차'로 다시 한번 상종가를 친 배우 신민아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로고가 돋보이는 목걸이와 가방을 든 사진을 SNS 계정에 올렸다. 그 역시 최근 구찌의 앰버서더로 선정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는 명품 브랜드들이 한창인 '로고 플레이' 트렌드 여파다. 레트로 유행과 함께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가 확산하면서 각 브랜드가 고유의 로고를 부각시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나선 것이다. 플렉스는 원래 '구부리다'는 뜻이나 1990년 미국 힙합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같은 케링그룹 소속인 브랜드 구찌와 함께 서로의 로고를 활용한 '해커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로고를 반복한 패턴 디자인에 구찌 특유의 더블 G 문양 대신 발렌시아가의 머리글자인 B로 만든 로고를 다는 등의 방식으로 진정성과 모방·도용에 대한 의미 탐구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해당 팝업 매장에 등장한 관록의 여배우 김희애는 직접 한정판 제품을 착용해 세련되게 표현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보복 소비 등이 맞물리면서 명품 로고 플레이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로고의 크기가 한층 커지고 보다 전면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란 분석이다.

로고플레이를 적용한 상품의 종류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른바 '3대 명품' 중 하나인 루이비통을 비롯해 명품 브랜드 로고를 단 자전거들도 줄줄이 등장했다.

루이비통은 프랑스 자전거 업체 '메종 땅보이트 파리'와 손잡고 출시한 'LV 자전거'를 지난 8월부터 국내에 선보였다. 루이비통 제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특유의 모노그램을 자전거 안장과 프레임, 체인에 반영했다. 국내 고가 패션 브랜드 MCM도 지난달 초 한정판으로 전기 자전거를 내놨다. 스틸 프레임과 바구니, 손잡이에 MCM 로고를 새겼고, 자전거 바퀴에서도 빛에 반사된 로고를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명품의 주 소비층이 플렉스 문화를 즐기는 젊은층으로 낮아지면서 한눈에 봐도 브랜드를 알수 있는 로고가 드러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명품을 구매하고 과시하는 것에 익숙한 10~20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로고플레이의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의 명품 시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8위에서 지난해 독일(104억8700만달러)을 제치고 7위에 올랐다. 5위 영국(146억달러)과 6위 이탈리아(145억달러)와의 격차도 크게 좁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보상심리가 강화된 상황에서 보다 개인의 가치관에 초점을 맞춘 고가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코로나 장기화로 본인에게 투자하는 '포미족' 소비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며 "만족을 주는 제품에는 아낌 없이 지갑을 여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 소비가 중요해진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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