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돈줄 죄기'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다. 다주택자들은 이미 올 상반기 매매나 증여 등을 통해 종부세에 대비해온 만큼 "버티자"는 입장이다. 실수요자들 역시 집값이 최근 고점 수준으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부담이 커진 만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했다.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즉 서울에서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의 비중이 더 늘고 있단 뜻이다.
도심권인 용산·종로·중구를 제외한 4개 권역 지수가 추가로 내렸다. 강남 4구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동남권은 지난주 99.5에서 98.2로, 양천·강서·구로·영등포 등 서남권은 997에서 98.2로 떨어졌다. 성동·노원·도봉·강북 등 동북권은 99.4에서 99.3으로, 은평·서대문·마포구 등 서북권은 서울에서 가장 낮은 97.4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 뿐만 아니라 일선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도 느껴진다.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A공인 중개 관계자는 "요즘 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 편"이라며 "추석 이후 분위기가 많이 시들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7만9964건 중 증여 거래는 1만804건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1~9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2017년 1~9월 3.8%보다 3.5배 더 늘었다.
서초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미 세금이 걱정됐던 다주택자들은 올해 상반기 매매나 증여 등을 통해 세금에 대한 대비를 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대급 종부세 고지서가 나왔다고 하는데 이미 버티기로 작정한 유주택자들이 많아 매물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처분하면 양도소득세(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처분할 유인도 크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은 폭증했다. 규제지역에서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의 중과세율이 붙는다. 3주택 이상인 다주택자는 중과세율 30%가 적용된다. 최대 75%, 지방세를 포함하면 82.5%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도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의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3.26%였다. 전월보다 0.25%포인트가 뛰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0%로 올린 만큼 가계대출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한 세입자는 "주변에서 더 늦기 전에 '막차'를 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도저히 지금은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며 "집값이 고점이라면서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이젠 금리까지 오르니 대출받기도 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현 상태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9월 2702건으로, 2019년 3월(2282건)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10월 거래량도 현재까지 신고 물량이 2292건에 그쳐 전월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11월 계약 신고 건수는 502건에 불과하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매물은 조금씩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열흘 전 4만4603건에서 이날 4만4886건으로 0.6% 증가한 상태다. 강서구가 3.2%로 가장 많이 늘었고 서대문구(3.1%), 마포구(2.29%) 등도 증가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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