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열심히 개발하는 기업 하면 흔히들 네이버, 카카오, 통신 3사 등을 떠올린다. 이들이 AI 스피커처럼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다.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제조업 기업 사이에서도 AI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AI를 잘 활용하면 생산 수율을 극대화하고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조 AI’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제품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공정 전반에 AI를 적용해 검사 정확도를 90% 이상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패널 설계 분야에도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재완 삼성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 검사설비개발팀장(상무)은 “오토라벨링 같은 난도 높은 AI 기술도 2년 안에 완성할 수 있다”며 “제조업의 AI 혁신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I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정상과 불량 제품의 사진·영상 데이터 수백만 건을 AI로 학습시킨 뒤 검사 공정에 투입해 불량 여부를 판별하게 한 것이다. 여기엔 고도의 딥러닝(심층학습) 기술과 비전 AI 기술이 필요하다.
김 상무는 “2019년부터 AI 기반 검사를 본격 시작해 지금은 검사 공정 전반이 AI로 자동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AI 적용 이후 검사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크게 향상됐다”며 “이는 수율 향상은 물론 생산 관련 비용 감축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도 AI가 활용된다.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은 터치스크린, 편광 필름, 커버 글라스 등 다양한 자재를 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각 자재의 위치가 1㎜라도 흐트러지면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각 자재엔 ‘얼라인 마크’라는 식별 표식을 붙여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김 상무는 “얼라인 마크의 인쇄 품질이 떨어지거나 이물질에 가려진 경우 인식률이 낮아지는 일이 있었다”며 “마크 인식도 AI로 자동화함으로써 인식률을 크게 높였다”고 했다. 생산 과정에서 불량을 초래하는 요소를 AI로 최소화한 셈이다.
지금까지도 AI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지만 김 상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검사 공정 AI의 완전 자동화’가 첫째 목표다. 김 상무는 “AI를 학습시킬 때 어떤 유형이 불량이고 정상인지 분류하는 ‘데이터 라벨링’은 아직 상당 부분 사람에 의존한다”며 “이 과정까지 AI로 자동화하는 오토라벨링을 2년 안에 완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장기적으로는 AI를 통해 수율 100%라는 궁극의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AI가 불량을 사후에 잡아내는 정도에 그치지만, 궁극적으로는 불량을 유발하는 요소를 사전에 알아내 제거하는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위해 AI가 불량을 유발한 설비 또는 공정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2년 후엔 이 기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재완 상무는
△1976년생
△KAIST 기계공학과 학사, 석사
△미국 MIT 미디어랩 석사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컴퓨터공학과 박사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원
△삼성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 검사설비개발팀장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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