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 화재는 8170건이다. 이 중 전선 피복에서 시작된 불은 4226건으로 전체의 66.6%를 차지했다. 콘센트나 스위치에서 발화한 불도 565건이다. 이렇게 비교적 작은 원인에서 시작된 불도 제때 진압하지 않으면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경기 김포에 있는 지에프아이(GFI)는 화재 초기에 불을 자동으로 끄는 소화제 ‘이지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상섭 지에프아이 대표는 “섭씨 100도를 넘는 고온에 반응한 고분자 합성물질이 순간적으로 소화제를 분출해 불을 끈다”며 “6㎠ 크기의 이지스 칩 한 개면 가정용 전기 누전차단기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를 빠르게 진압할 정도로 소화 성능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스는 화학 대기업 3M이 생산하는 노벡1230을 원료로 한다. 이 물질은 휘발성이 강해 고압 탱크에 가둔 뒤 스프링클러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주로 사용된다. 이런 노벡1230을 마이크로캡슐에 가둬 상온에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지에프아이가 보유한 핵심 원천기술이다. 소화제를 패드, 와이어, 필름 등 다양한 소재 및 형태에 적용할 수 있어 성장성이 풍부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에프아이 매출은 2018년 10억원, 2019년 80억원에 이어 2020년 366억원으로 급신장했다. 2018년 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작년 17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이 있지만 내년엔 매출 5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은 거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러시아 변호사 출신이다. 현지에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로펌을 운영하던 중 마이크로캡슐 기술을 적용한 농약, 잉크 등을 접하면서 캡슐형 소화제의 가능성을 엿보고 창업을 준비했다. 러시아 바우만공대 등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에게 기술 자문을 하는 한편 연구원들을 직접 고용해 마이크로캡슐에 소화제를 담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2014년 귀국해 지에프아이를 설립했다. 그는 “내년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이라며 “인류 안전에 기여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김포=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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