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공적 자금을 쏟아부어 벌브를 일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영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네 배 이상 뛰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천연가스 위기로 인한 비용이 26억달러(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청구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이 멈춰서는 사태가 빚어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의식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여파다. 중앙정부가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지방정부들이 페널티를 피하려고 에너지 소비 규제를 강화한 데다 호주와의 갈등으로 발전용 석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력난이 중국 전역을 강타했다.
이달 들어 미국에선 석탄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뛰면서 석탄값도 연쇄적으로 올랐다. 이로 인해 올겨울 미국 가구당 월 난방비는 11달러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식료품과 주택, 자동차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난방비까지 뛰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원전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다. 앞으로 15년 동안 3700억~4400억달러를 들여 최소 150기의 원전을 짓기로 했다. 프랑스도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원전 발전 비중을 2017년 75%에서 2035년 50%로 낮추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를 뒤집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2030년까지 10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도 2050년까지 소형 원전 16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 5월 원전 2기의 수명을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한 데 이어 2234메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 2기를 짓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세운 원전기업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SMR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주요국과는 달리 한국 정부는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원전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대로 가면 국내에서도 언제든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대선까지 꼭 100일 남았다. 각 대선 후보는 어떤 정책이 국민과 국익을 위한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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