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대표주자 토스와 손잡았다. 단순한 상품 광고 수준이 아니라 토스에서 삼성생명의 모든 상담·가입·보험금 청구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토스의 디지털 플랫폼 파워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군과 상품 발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1위 삼성생명이 빅테크와의 ‘공생’을 선택하면서 보험업계의 빅테크 종속이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토스에서 삼성생명 업무 다 본다
삼성생명은 29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생명은 토스 앱에서 보험 상담, 상품 가입,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보험 판매 프로세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토스의 인증·알림·페이 등 서비스도 삼성생명 서비스와 연계한다. 또 향후 양사 간 데이터를 교류해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토스 내 삼성생명 전용 페이지도 열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재무 컨설팅, 계약 체결, 보험료 납입, 보험금 청구 등의 서비스를 토스 앱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삼성생명의 수준 높은 서비스와 상품이 토스의 디지털 기술력과 결합돼 사용자에게도 더 큰 편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이 의미있는 것은 단순한 광고성 제휴에서 벗어나 포괄적인 업무 교류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토스와 제휴를 맺은 다른 보험사들은 상품 공급(광고), 인증 서비스 활용, 알림 서비스 등 이용을 위한 제한적 제휴에 그쳤다. 삼성생명도 토스보험파트너와 GA(보험판매대리점) 광고를 위한 제휴를 하는 정도였다. 삼성생명 측은 “설계사와 고객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 고객이 2030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생명보험업은 다른 금융보다 상품 구조, 가입 및 청구 방식이 복잡해 고객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가장 직관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종속 불 보듯” 우려도
시장 점유율 25%대를 웃도는 삼성생명이 빅테크와 손잡으면서 생보업계의 빅테크 종속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판매 실적 개선을 위해 빅테크와의 제휴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그 결과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이 약화되고, 빅테크 플랫폼으로 급속히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생보업체 임원은 “그동안 보험사들도 빅테크의 영향력을 알면서도 자체적인 영업 채널이 힘을 잃을까봐 부분적으로만 협업해왔다”며 “빅테크가 보험사 제휴를 통해 쌓은 손해율 등의 데이터를 축적해 자체 영업에 나서면 업계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모바일 플랫폼의 중개 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빅테크 내 보험 판매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였다는 게 업계 얘기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이라는 회사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도 이를 좇아 빅테크와의 협업 강도를 높이려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도 2019년 카카오페이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카카오에서 일부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제한적으로만 협업해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