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한 달 만에 ‘방향타’를 확 틀었다.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병상 가동률 등 모든 지표가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세’를 가리키자 방역 고삐를 다시 죄는 동시에 다음달 13일로 잡았던 2단계 전환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곧 사람이 많이 모이는 송년회 시즌이 열리는데도 사적 모임 인원 축소 등 강력한 대책을 넣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센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5차 대유행’과 이에 따른 추가 방역조치 강화가 나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방역 강화 조치의 형식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사적 모임 허용인원 수를 줄이는 방식이 아닌, ‘방역패스’(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 유효기간을 설정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사적 모임 인원수를 건드리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을 두는 것은 국민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부스터샷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 대통령이 “특별방역대책 핵심은 백신 접종”이라고 말한 이유다.
유효기간은 6개월로 잡았다. 내달 20일부터 적용된다. 또 5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 등으로 한정했던 부스터샷 대상을 만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했다. 성인은 6개월마다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추가 접종은 2차 접종 5개월 뒤부터 가능하지만, 잔여백신으로 예약하면 4개월 뒤부터 맞을 수 있다.
정부는 또 12~17세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22일까지 소아·청소년 대상 접종 사전예약을 시행한다. 미국처럼 접종 대상을 5~12세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방역패스를 청소년에게 적용하는 것은 학부모 반발을 고려해 보류했다.
확진자 치료는 재택을 기본으로 한다. 입원 요인이 있거나 감염에 취약한 시설 거주자만 입원할 수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2000병상을 추가로 마련한다. 정부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미국 MSD의 경구용 치료제를 이르면 연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상당수 의료인은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나빠질 일만 남았다”고 평가한다.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신규 확진자 증가→위중증 환자 증가→병상 부족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아서다. 여기에 세계를 휩쓸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의 한국 상륙이 더해지면 5차 대유행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12월 2단계를 거쳐 내년 1월 3단계(사적 모임 인원제한 등 방역조치 전면 해제)를 시행하려던 위드 코로나 계획은 사실상 폐기 처분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가 이날 “추후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강력한 조치 가능성을 내비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앞으로 4주 동안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하느냐에 따라 위드 코로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꺼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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