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골프를 안 쳐서 모르겠는데 원래 야외연습장에서는 옆에 여자한테 운동도 알려주고 하는 건가요?"
골프 연습 중인 남편을 보러 야외연습장에 찾아갔다가 낯선 여성에게 친절히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아내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50대 아내 A 씨는 남편 B 씨가 10년 동안 골프를 연습하는 연습장에 가봤다가 유리문 밖에서 남편이 옆에 있는 30대로 보이는 늘씬한 여성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해야 한다"면서 동작을 알려주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A 씨는 골프 왕초보로 보이는 여성이 남편의 시범에 싫은 내색을 하면서도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고 느꼈다.
A 씨가 다가가자 남편은 "나는 못 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고 별것 아니라고 대응했다.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골프 안 쳐서 모르는데 정말 골프 연습장에서는 저러는 일이 흔하냐"라고 물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운동가면 그런 남자들 가끔 있는데 다들 싫어한다", "레슨 프로는 따로 있을 텐데 무슨 오지랖인가. 언더 치는 거 아니면 나서지 말아라", "왕초보가 남성이었어도 똑같이 했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게 해라", "뒤에서 보다가 앞사람이 너무 못하면 답답해서 알려주고 싶긴 하다", "골프장에서 사적 레슨 금지한 이유가 그런 아저씨들 때문이다. 남의 스윙을 유심히 본다는 건 실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골프 인구가 늘면서 이로 인한 가정 내 불화도 속속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C 씨는 최근 "남편이 며칠 전 골프 동호회 친구들과 라운딩을 갔다 왔는데 알고 보니 남성 2명 여성 2명 이렇게 공을 치고 왔다"면서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사심없이 2대 2라운딩이 가능한가"라고 질문했다.
해당 글에는 "부부끼리 항상 같이 다니는 게 제일 좋지만, 사심없이 남녀 조합 4인조는 가능하다. 2:2 소개팅 같은 걸 상상하면 곤란하다", "저도 동호회에서 같은 조합으로 공쳐본 적 있다. 사심은 없었지만 다른 사람 눈에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다른 꿍꿍이가 없었다고 해도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등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부부간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해당한다"면서 "민법상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성관계보다 넓은 개념이며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골프를 즐기는 행위를 넘어서 다른 이성과 데이트를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거나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소 소장은 "대중화 되고 있는 골프는 대표적인 매너 스포츠다"라면서 "골프에 자신 있는 입장에서 자세 하나라도 도움주고 싶은 마음은 좋은 매너이나 도움받는 여성의 확실한 동의 여부없이 일방적인 지도는 성적 수치심이 제기되는 오해가 생길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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