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필드 복귀해도 풀타임 못뛸 듯…아버지 가르침 덕에 9개월 재활 버텨"

입력 2021-11-30 18:09   수정 2021-12-01 00:54

“허리를 다친 뒤에도 한 번 더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적으로 에베레스트산을 다시 오르기 힘들 것 같다.”

지난 2월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친 뒤 회복에 전념해 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사진)가 골프대회 우승을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30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 30분간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다.

사고 이후 처음 언론과 인터뷰한 그는 “다리만 낫는다면 골프대회에 출전할 수 있겠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통사고 뒤 투어를 뛰었던) 벤 호건처럼 1년에 몇몇 대회를 골라 출전하는 것이 투어에서 활동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행하지만 이게 내 현실이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2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외에서 자동차를 몰고 가다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리를 심하게 다쳤으나 재활과 복귀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지난 21일엔 소셜미디어를 통해 2초 길이의 풀스윙 영상을 공개해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우즈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회복까지) 절반도 못 왔다”며 “다리 근육과 신경이 더 회복돼야 하며 다섯 번 수술한 허리도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고 직후 다리를 절단할 뻔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우즈는 “(다리 절단 가능성이) 50 대 50이었다”며 “다리 하나로 병원에서 나올 뻔했다”고 털어놨다. 다리 절단 위기를 넘긴 뒤에는 “내가 두 손을 다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여자친구인) 에리카에게 뭐든지 던져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우즈는 참기 힘든 고통이 수반되는 재활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데 대해 “해군특수부대(네이비실) 출신인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라며 “아무리 긴 고통이라도 하나씩 잘라서 견디라는 게 아버지의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9개월은 아주 길고 끔찍한 시간이지만 두세 시간은 버틸 수 있었다”며 “두세 시간 견디는 걸 반복하면 몇 달이 된다. 그게 쌓여서 이만큼 왔다”고 말했다. 이어 “견뎌야 하는 횟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힘들었지만, 지금 이렇게 방을 걸어서 돌아다닐 정도로 회복했다”고 했다.

아들 찰리는 우즈가 힘든 재활 과정을 이겨내도록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나날이 느는 찰리의 골프 실력을 보는 게 큰 기쁨이라고 했다. 우즈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꼭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며 “찰리의 경기를 보는 것, 뒤뜰에서 혼자 새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등 그동안 선수로 뛰면서 내가 놓친 것으로부터 행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는 2일 바하마에서 개막하는 히어로월드챌린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타이거우즈재단이 주최하는 이벤트 대회로, 우즈는 호스트 자격으로 대회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우즈는 “자동차 사고 전에도 열 번의 수술을 받았다”며 “인내심을 갖고 도를 넘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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