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각종 데이터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한 만큼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결과물 수준은 데이터의 질이 결정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개인 식별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활용할 때마다 개인의 허락을 받아야 해서다. 의료 정보 플랫폼 스타트업 메디블록은 이런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해 주목받고 있다.
고 대표는 “의료 데이터를 이전보다 쉽게 확보한 의료 연구기관은 새로운 치료법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와 2017년 메디블록을 창업한 이은솔 공동대표 모두 의사 출신이다. KAIS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고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4년 동안 근무하다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치과의사로 일하다 의료 데이터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 고 대표의 고등학교 동기인 이 대표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5년 동안 근무했다. 이 대표도 제대로 된 의료 정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메디블록은 최근에 차세대 전자차트(EMR)인 닥터팔레트를 출시했다. 의료진 대상 서비스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해 외부에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고 대표는 “기존 전자차트 서비스는 대부분 의료진의 PC에 설치돼 PC가 고장 나면 의료 활동을 할 수 없고 랜섬웨어 침입에도 취약하다”며 “닥터팔레트는 의료 항목에 따른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자격 여부도 실시간으로 반영해 의료 비용 정산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메디블록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빌 게이츠가 이끄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KT가 진행하는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에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네이버 등으로부터 시리즈A(첫 번째 투자 단계)로 40억원을 투자받았다. 고 대표는 “내년에는 블록체인 기반 의료 데이터를 매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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