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에 7만명에 가까운 신청자가 폭주한 바 있다.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신내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 파크'에서 나온 13가구 무순위 청약이었다. 6만879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5291.69대 1을 기록할 정도였다. 서울에서 나오는 아파트인데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1700만원인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무순위 청약으로 통장점수를 따지지 않다보니 무주택 세대주들이 대거 몰렸다. 서울 아파트 분양마다 수요자들이 몰리는 까닭이 '공급부족'인 근거가 또 나왔다.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물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이 가장 없었던 10년 전 보다도 반토막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1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물량(일반 분양 물량 기준, 12월은 예정 물량)은 총 3275가구였다. 2010년 공급된 6334가구보다 절반 가량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이 가장 적었던 해는 2010년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고, 민간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우려하면서 분양을 줄였다. 2011년에는 1만3899가구로 깜짝 증가를 나타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2012년에는 6364가구가 공급되는데 그쳤다.
서울 집값이 지지부진했던 시기에도 한해 공급은 2018년을 제외하고 1만가구를 넘겼다. △2013년 1만8232가구 △2014년 1만3390가구 △2015년 1만5015가구 △2016년 1만5514가구 △2017년 1만8690가구 △2018년 9627가구 △2019년 1만5051가구 △2020년 1만1702가구 등이었다.
올해 서울에서는 이달까지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래미안 원베일리’ 등 2554가구가 분양됐다. 12월 분양을 앞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등 4곳을 합해도 총 3275가구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 공급 물량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물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은 빈 땅이 거의 없다보니 대부분의 물량을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정부와 조합간의 분양가 갈등이 이어지며 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실제 올해 분양 예정이었던 동대문구 ‘이문1구역’, 송파구 ‘잠실진주(819가구)’ 등이 분양가 산정 문제로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각각 일정이 연기됐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강동구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역시 마찬가지다. 분양가 협의와 조합 내 갈등으로 분양에 난항을 겪으며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서울 분양 물량이 줄어들자, 청약 경쟁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62.9대 1로 지난해(89.8대 1)보다 약 2배 가량 높았다.
서울 새 아파트 당첨이 어려워지자,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단지들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경기와 인천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각각 28.1대 1, 18.4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경기 30.2대 1, 인천 29.6대 1)만큼은 아니지만, 2019년 기록(경기 11.9대 1, 인천 8.3대 1)을 뛰어 넘었다.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 푸르지오’에는 1,312대1 이라는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올해 서울 아파트는 분양가 관련 갈등으로 많은 사업장이 지연됐다"라며 “물량이 줄어들자 서울 청약 경쟁률은 해를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GTX 등 교통 호재나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나 인천 지역 단지들로도 수요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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