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순위에는 관심 없습니다. 헬스케어와 디지털 경쟁력을 키워 고객 생애주기 전 영역을 함께하는 ‘종합 돌봄서비스 기업’이 되겠습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저(저금리·저출산·저성장) 현상’이 고착화된 보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보험 서비스의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통 금융관료 출신인 성 사장은 지난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해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첫 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조만간 자회사를 세워 사업 기틀을 닦겠다는 계획이다. 성 사장은 “AI 건강관리 플랫폼인 하우핏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해 분사시킬 것”이라며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시장에 대응하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앞서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헬스케어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선 투자 노하우를 쌓는 데 집중한 뒤 대규모 투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성 사장은 기존 보험업에서 벗어나는 혁신을 위해 취임 후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도 쇄신해 왔다. 두 회사가 합쳐져 통합 출범한 만큼 ‘일체감’을 이루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직원들이 한 지붕에 들어왔다고 느낄 수 있도록 용어 통일과 직급 호칭 일원화를 먼저 시작하고, 사무 환경도 개선했다”며 “칸막이를 없앤 오픈형 구조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내 어디서든 네트워크 환경에서 업무가 가능하도록 스마스오피스를 구축해 지사나 영업점 등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 업무 방식에도 메스를 댔다. 불필요한 업무를 완전히 없애자는 ‘워크 딜리트(Work Delete)’, 중복 업무를 조정해 비효율을 줄이자는 ‘워크 다이어트(Work Diet)’를 시행한 게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두 달 만에 150건 이상의 제안이 들어왔고 업무 환경에 그대로 반영됐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고객전략그룹을 애자일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성 사장은 “고객 속성과 니즈를 세분화해 MZ(밀레니얼+Z세대), 시니어, 디지털 등 핵심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스쿼드(조직)도 구성했다”며 “세대에 맞게 짜인 새 조직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조직 혁신은 신규 상품 발굴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MZ세대를 대상으로 용종 수술, 대중교통 재해, 깁스 치료 등을 보장하는 미니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 초년기부터 보험을 통해 보장받는 것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생각”이라며 “종신보험에도 건강하면 더 혜택을 주는 상품, 다른 회사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일상 속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 등을 출시한 것도 사후 보장보다는 내가 직접 받는 혜택에 집중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튼튼하게 지켜나가겠다는 게 성 사장의 신념이다. 그는 “보험사는 금리 등 시장환경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장기적인 건전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통합 이전·이후 모두 자산·부채관리(ALM)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운용 전략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2023년 이후에도 재무건전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회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외형 성장이 느리더라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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