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출 막차 수요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엄청나게 몰렸는데, 최근엔 문의 전화도 뜸하고 산다는 사람도 없네요."(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A 공인 중개 관계자)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가격이 빠르게 치솟은 데에 따른 반발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심리가 얼어 붙으면서다.
노원구 내에서도 외곽에 해당하는 곳을 보면 기존 실거래가보다 가격을 낮춘 거래를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인근에 있는 동아불암 전용 84㎡는 지난 9월 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지난 7월 거래된 7억6500만원보다 65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SK북한산시티에서도 하락 거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8월 각각 8억2000만원,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월인 7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꾸준히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
수유동에 있는 수유벽산1차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에 거래된 7억원보다 1억50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시세보다 큰 폭 낮게 거래됐지만 거래유형이 직거래라는 점에서 인근 공인 중개 업소 등에서는 증여 등을 이유로 싸게 거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북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수) 문의를 하는 수요자들이 거의 없다"며 "올여름엔 서울, 지방이고 가리지 않고 문의가 쏟아져 너무 바빴는데 요즘 분위기는 완전히 딴 판"이라고 했다.
노원구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현재 노원구 집값을 예전 집값에 비교하면 안 된다"며 "올여름 무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가 완화됐을 때 살 사람들은 대부분 산 것 같다. 실수요자들은 오른 가격을 듣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대출 금리가 높아진 점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기준 시중은행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3.26%였다. 2018년 11월(3.28%)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도봉구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도 커지고 있다"며 "대출로 집을 사려는 무주택 실수요자은 현실적으로 집을 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노·도·강 지역의 집값 상승률 하락은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노원구 집값 상승률은 지난달 넷째 주(22일) 기준 0.09%로 전주(0.12%)에서 0.03%포인트 내려 0.10%대 아래로 내려왔다. 도봉구 집값 상승률도 0.05%를 기록, 지난 10월 셋째 주(18일) 이후 0.10%대 이하를 기록 중이다. 강북구 상승률도 0.02%로 0%대에 근접했다.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노·도·강 총 매물 수는 6196건으로, 지난달 1일 5630건보다 500건 이상 증가했다. 거래가 붐볐던 올여름(7월 1일) 기준으로는 1000건 이상 증가했다.
매매 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6으로 2주 연속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99.6에서 7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00 이하로 내려온 데 이어 이번 주 1.0포인트 더 낮아지면서 98대로 내려왔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