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證도 AA급…국내 증권산업 신용 서열은?

입력 2021-12-02 05:50   수정 2021-12-02 14:34

IBK투자증권이 최근 자본력 확대와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쟁력을 앞세워 AA급 증권사로 올라서며 화제가 되고 있다. IBK증권 외에도 국내 주요 증권사들 역시 몇년 사이 빠르게 자본을 늘려 사업 규모를 키우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쇼크에 직격탄을 맞은 직후 해외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KB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6개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검토'리스트에 올리기도 한 걸 고려하면 반전이다. 주식시장 활황도 이어지며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국내 증권사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모기업 지원여부로 차별화된 상위 증권사 신용등급
1일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7개 증권사가 신용등급 AA0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신용등급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상위 5개 증권사까지는 자체 신용등급이 AA0로 동일하지만,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 때문에 등급이 엇갈렸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A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NH투자증권의 신용도를 평가하며 '증권산업 내 최상위권 시장지위', '풍부한 자본력'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등 대부분 지표에서 양호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 10월 농협금융지주가 2000억원 유상증자로 지원사격에 나선 덕에 자본완충력도 개선됐다.

과거 자체 헤지 ELS를 증권사 중 가장 크게 운용하다 코로나19 쇼크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증권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발행량을 줄이고, 기존 발행물의 조기상환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신평사들은 분석했다. 유동성 부문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으나 '삼성'증권이란 점이 반영됐다. KB증권은 리테일 영업망과 사업기반과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지난 3분기까지 5512억원을 벌어, 예년의 연간 순이익을 넘어섰다. 옛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모두 안정적 성과를 보이던 IB부문도 순항중이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대부분 지표가 최상위 수준었다. 다만 타 금융그룹에 비해 적극적인 투자성향이 위험요소로 지목됐다. 그룹 차원의 M&A 및 해외자산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코로나19 이후 해외 PF사업과 호텔·오피스 ,발전소 등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초까지 완화된 자본 규제에 맞춰 위험자산을 대폭 인수한 영향으로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이 148.7%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쌓고 카카오뱅크 IPO로 4758억원의 지분법이익(세전 연결 기준)까지 더해지면서 건전성을 회복했다. 다만 주력 계열사로 그룹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 NH투자증권 등과 달랐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금융 그룹 후광 덕을 봤다. 이에 따라 한 단계 등급 상향을 받아 AA0등급으로 평가됐다. 신한금융투자는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에서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며 비경상 손실이 잇따랐다. 2018년 이후 대체투자와 기업금융 관련 자산 인수 등 위험자산 비중도 높아져 자본건전성 지표에 발목이 잡혔다. 투자중개, 자산관리, 운용 등 주요 영업부문 전반에서 고른 성과를 창출하고 있으나 IB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위험자산 인수 속도를 조절하고 증자로 자본규모를 늘린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룹과 연계한 자산관리부문도 강점이다. 그러나 IB 영업 과정에서 증가한 국내외 대체투자자산의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약진하는 중소형 증권사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 대신증권은 각자 강점을 가진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꾸준한 실적을 내면서 AA- 등급을 유지했다. 키움은 IB부문의 성장과 저축은행·자산운용사를 인수하고, 캐피탈사·NPL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증권 외 사업다각화 성과가 향후 신용등급을 좌우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기업대출, 우발부채 등 투자자산의 자산건전성 관리가 모니터링 항목으로 지목됐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몇년 사이 증자를 하고 이익을 쌓으며 자본을 확충했다. 그러면서 AA 신용등급 증권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2019년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 1조원을 넘어섰다. IBK투자증권도 3분기말 기준 자기자본이 1조원에 도달했고, BNK투자증권 역시 연말께 자기자본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AA-로 상향된 IBK투자증권을 비롯해 지난해 교보증권과 유안타 증권이 A+ 등급에서 AA-로 신용등급이 올랐다. 현대차증권도 지난 3월 AA-등급을 받아 AA급 대열에 합류했다. 이른바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신용등급 AA급 기업이 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도 어느정도 사업이나 재무 안정성이 탄탄하게 유지된다고 여겨져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워진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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