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반격에 대한민국이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만으로도 폭증하는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환자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인데 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센 오미크론 변이마저 한반도 상륙 채비를 끝마쳐서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양상이 달라진 만큼 한 달 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작과 함께 거둬들였던 ‘방패’(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꺼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만히 두면 하루 신규 확진자 1만 명은 시간문제다. 의료시스템 붕괴도 피하기 힘들다. 더 늦기 전에 사적모임 인원제한 등 고강도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얘기다.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서울(90.7%)과 충청권(95.0%)의 코로나19 중증 병상가동률은 90%를 넘어섰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환자 의료체계가 붕괴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 전파 속도나 백신회피 능력 면에서 델타보다 한수 위로 평가받는 오미크론 변이는 한반도 문턱에 다다랐다. 오미크론은 세계보건기구(WHO)에 그 존재가 처음 보고(11월 24일)된 지 1주일밖에 안 됐는데, 이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남미 북미 등 지구촌 전역으로 퍼졌다. “현행 방역체계로는 델타를 막기에도 역부족이다. 그런데 오미크론이 더해지면 결과는 보나마나 아니겠나.”(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오미크론의 한국 상륙은 시간문제다. 이미 의심 환자들이 나와 방역당국이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의심환자 1호’로 지목된 40대 부부는 오미크론 변이 발생국인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뒤 지난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이 모더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까닭에 귀국 후 자가격리 면제조치를 받았다는 데 있다. 이들이 오미크론 감염으로 확정되느냐, 귀국 후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느냐에 따라 오미크론의 한국 지역사회 전파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이들은 10대 아들과 지인 등 2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방역당국은 이들 부부와 같은 항공편으로 입국한 45명에 대한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 동시에 울산에서 나온 의심 환자 2명에 대해서도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어렵게 시작한 일상회복인데, 너무 쉽게 되돌릴 수 없다”고 정부가 고집부릴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틀 전 방역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위드코로나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거리두기는 쏙 빼고 ‘부스터샷’(추가접종)을 확대하는 방안만 넣었다. 당시 의료계에선 “코로나19 확산세와 오미크론 상륙을 무시한 대책”이란 평가가 많았다.
정부도 상황이 바뀐 점을 감안해 고강도 방역조치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어나면 대대적인 방역조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거리두기 재시행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라는 ‘창’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백신을 보완할 ‘방패’를 추가할 필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한 유럽 국가들이 하나같이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빼든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껏 탄력이 붙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으려면 만남 자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오미크론의 백신 회피능력을 감안할 때 거리두기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회의를 열고 사적모임 허용인원 축소,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 방역패스 적용 대상 확대 등 추가 방역조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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