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55)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다. 이달 말 임기 만료되는 허인 행장은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신한 하나 우리 등 다른 시중은행장은 물론 국민은행 부행장 가운데서도 가장 젊은 편인 이 내정자가 발탁되면서 은행권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플랫폼 경쟁에 적합한 리더십”
KB금융지주는 1일 윤종규 회장과 최명희·권선주·정구환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이 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국민은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 내정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 등 심사를 거쳐 은행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년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 대표와 같다.대표추천위는 “은행의 금융플랫폼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역량과 실행력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금융공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했다. 그는 윤 회장이 발탁한 ‘전략·재무통’으로 꼽힌다. 윤 회장이 2014년 지주회장 임기를 시작한 직후 지주 재무기획부장에 발탁됐다. 2017년 재무총괄 상무로 승진한 후 경영기획그룹 상무와 전무를 거쳤다. 2019년 1월 국민은행 노조 파업 당시에는 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로 총파업상황반장을 맡아 사태를 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아 코로나19 사태에도 별다른 사고 없이 국민은행이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내정자의 당면 과제는 만만치 않다. 최근 출시된 ‘스타뱅킹’과 ‘리브 넥스트’를 앞세워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과의 금융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지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규제를 받는 가운데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4년간 국민은행을 이끌며 리딩뱅크 입지를 굳힌 허 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한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해 양종희 부회장과 함께 ‘3인 부회장’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1961년생으로 차기 회장직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은행권 세대교체 본격화하나
이번 인사로 KB금융 조직 내부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거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내정자가 KB금융지주에서 상무급 임원을 제외하곤 가장 젊은 편인 데다, 은행 부행장급에서도 이 내정자보다 나이가 적은 부행장은 하정 자본시장그룹 대표(1967년생)가 유일하다.은행을 포함해 8개 계열사에서 9명의 대표 임기도 연말로 마무리된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와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허정수 KB생명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기가 끝난다. 이달 중순께 열리는 대표추천위에서 상당폭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반응이다. 1966년생인 이 내정자는 허 행장(1961년)보다 다섯 살 적다. 진옥동 신한은행장(1961년), 권광석 우리은행장(1963년), 권준학 농협은행장(1963년), 박성호 하나은행장(1964년) 등 ‘빅5 은행’ 최고경영자(CEO) 가운데서도 가장 젊다. 리딩뱅크의 세대교체 바람이 금융권 전반의 세대교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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