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와의 갈등으로 이틀째 당무를 거부했다. 내부 인선과 선거 전략 등을 놓고 양측 입장차가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는 갈등 이유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이 대표의 칩거가 장기화하면 윤 후보의 리더십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尹 “李 당무 복귀하면 만나겠다”
지난달 29일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잠적한 이 대표는 1일에도 예정된 업무를 소화하지 않았다. 하루 전날 예고 없이 부산을 찾은 이 대표는 이날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상구 지역사무실을 찾았다. 장 의원과 만나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이후 전남 순천으로 이동해 지역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를 만났지만 윤 후보 측과는 소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연락했는가’라는 질문에 “본인이 휴대폰을 꺼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만나겠다)”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적인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합의점을 찾아서 나아가는 것이 민주적 정당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인사·권한 문제로 마찰 지속
이 대표는 이날도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활발했던 SNS도 끊었다. 당 안팎에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둘러싼 내부 알력다툼이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가 주장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나 강하게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선 후보의 선거 일정과 메시지를 정할 때 당 대표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만 했다.당내에선 이 대표가 맡은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의 실제 역할을 두고 윤 후보 캠프 측과 이견차가 크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언론 홍보와 SNS 관리, 행사 기획 등 업무를 총괄하려 하지만 경선부터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 온 홍보 전문가들이 이 대표 권한 확대를 꺼린다는 것이다.
선거캠프에서 홍보미디어 업무는 LG애드 출신 광고전문가인 유현석 홍보실장과 tvN 예능 PD 출신인 이상록 홍보특보 등이 담당하고 있다. SNS 관리는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씨 측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측 모두 “홍보 영역의 업무 분담이나 인사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책총괄, 조직총괄 등 다른 본부에서도 혼선이 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캠프의 다른 한 관계자는 “정책총괄을 맡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뜻과 관계없는 인사들이 합류하고 있어 원 전 지사 측이 곤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소통 부재” 한목소리
당내에선 대선 후보와 당 대표 등 주요 인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방송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왜 그런 결정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윤 후보도 매우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하지만 당 일각에선 윤 후보와 이 대표 측이 진솔한 대화 없이 명분 쌓기용 대외 메시지만 늘어놓는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 대표가 예고 없이 장 의원의 지역 사무실을 찾아간 것도 전날 권 총장의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권 총장이 이 대표의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이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권영세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선대위 체제가 완비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며 “서둘러 내부 소통과 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거 활동에선 이런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바닥 민심을 잘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상훈/좌동욱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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