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꺼버린 이준석…윤석열은 "무리하게 연락 않겠다"

입력 2021-12-01 17:23   수정 2021-12-02 01:0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와의 갈등으로 이틀째 당무를 거부했다. 내부 인선과 선거 전략 등을 놓고 양측 입장차가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는 갈등 이유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이 대표의 칩거가 장기화하면 윤 후보의 리더십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尹 “李 당무 복귀하면 만나겠다”
지난달 29일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잠적한 이 대표는 1일에도 예정된 업무를 소화하지 않았다. 하루 전날 예고 없이 부산을 찾은 이 대표는 이날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상구 지역사무실을 찾았다. 장 의원과 만나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이후 전남 순천으로 이동해 지역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를 만났지만 윤 후보 측과는 소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연락했는가’라는 질문에 “본인이 휴대폰을 꺼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만나겠다)”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적인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합의점을 찾아서 나아가는 것이 민주적 정당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인사·권한 문제로 마찰 지속
이 대표는 이날도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활발했던 SNS도 끊었다. 당 안팎에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둘러싼 내부 알력다툼이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가 주장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나 강하게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선 후보의 선거 일정과 메시지를 정할 때 당 대표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만 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맡은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의 실제 역할을 두고 윤 후보 캠프 측과 이견차가 크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언론 홍보와 SNS 관리, 행사 기획 등 업무를 총괄하려 하지만 경선부터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 온 홍보 전문가들이 이 대표 권한 확대를 꺼린다는 것이다.

선거캠프에서 홍보미디어 업무는 LG애드 출신 광고전문가인 유현석 홍보실장과 tvN 예능 PD 출신인 이상록 홍보특보 등이 담당하고 있다. SNS 관리는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씨 측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측 모두 “홍보 영역의 업무 분담이나 인사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책총괄, 조직총괄 등 다른 본부에서도 혼선이 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캠프의 다른 한 관계자는 “정책총괄을 맡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뜻과 관계없는 인사들이 합류하고 있어 원 전 지사 측이 곤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소통 부재” 한목소리
당내에선 대선 후보와 당 대표 등 주요 인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방송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왜 그런 결정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윤 후보도 매우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윤 후보와 이 대표 측이 진솔한 대화 없이 명분 쌓기용 대외 메시지만 늘어놓는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 대표가 예고 없이 장 의원의 지역 사무실을 찾아간 것도 전날 권 총장의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권 총장이 이 대표의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이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권영세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선대위 체제가 완비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며 “서둘러 내부 소통과 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거 활동에선 이런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바닥 민심을 잘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상훈/좌동욱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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