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금융 비서’로 기대를 모아온 금융부문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가 베일을 벗었다. 마이데이터란 소비자가 원하는 사업자를 골라 흩어져 있는 자신의 신용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자산관리와 컨설팅 등의 금융 서비스를 받는 것. 각 은행, 증권사, 신용카드사, 핀테크 업체들은 이날 모바일 앱 업데이트와 함께 한 달간의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향후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슈퍼 금융 플랫폼’ 왕좌를 놓고 각 업권과 업체 간의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이 공개한 ‘머니크루’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비자가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다른 소비자는 이런 ‘고수’들을 참고하는 한편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소통하는 일종의 금융 SNS다. 프라이빗뱅커(PB)들이 개인별로 자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주고 재테크 목표 달성도 도와준다.
신한은행은 마이데이터 브랜드 ‘머니버스’를 이날 공개했다. 머니버스는 돈(money)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개인의 금융자산뿐 아니라 관심사, 건강, 포인트 등 모든 것이 돈이 되는 세상을 말한다. 2030세대가 선호하는 한정판 스니커즈 출시일이나 주택 및 공모주 청약 일정을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은행도 개인별로 비슷한 연령대인 ‘재테크 고수’들의 자산 증식 비결과 소비 패턴 등을 알려주는 ‘고수의 랭킹’ 서비스를 마련했다.
은행별 특기를 살린 서비스도 여럿 공개됐다. 외환 부문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은 목표를 설정해 달러 자산을 모으고 불릴 수 있는 ‘환테크 챌린지’ 서비스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연봉 비교, 맞춤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원 잡’ 기능을 선보였다. 농협은행은 공공·금융 마이데이터를 결합한 ‘맞춤정부혜택’ 서비스를 앱에 가미했다. 은행이 소비자의 가족 구성원과 재산 내역 등을 기반으로 임신·출산비, 영유아 양육비, 주거안정비 등의 지원 대상인지 파악해준다.
소비 생활과 관련 있는 서비스도 많다. 여행지 추천과 영화표 및 숙소 예매 등을 앱에서 할 수 있는 KB국민카드의 ‘놀러갈때’ 기능이 대표적이다. 하나카드는 ‘조작’ 우려가 있는 리뷰나 별점 대신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있는 곳 근처의 ‘진짜 맛집’을 알려주는 ‘내 주변 핫플(핫플레이스)’ 기능을 공개했다.
핀테크 업체 핀크는 자산통합 서비스에 보유 암호화폐를 조회할 수 있는 기능을 최초로 넣었다. 암호화폐 현황을 한 번만 입력하면 실시간 시세 변동에 따라 현황을 보여준다. 최초의 금융 SNS로 평가받는 ‘핀크리얼리’도 전면 업그레이드했다. 마이데이터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 뱅크샐러드는 “기술 업데이트를 통해 보다 신속한 가계부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개인이 보유한 종목의 투자 적합성을 인공지능이 평가해 점수로 보여주는 ‘AI스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 사용자 수 1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영웅문에서 개인별 유휴자금이나 저수익 금융자산을 탐지해 개선 방법을 제안해준다. 지역농·축협은 농협중앙회 모바일 앱 콕뱅크에 영농손익 분석, 농업정책자금 추천 등의 농업인 특화 기능을 가미했다.
김혜주 신한은행 마이데이터유닛장(상무)은 “소비자들은 본인에게 적합한 몇 개의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업체들 간의 성패도 갈릴 것”이라며 “얼마나 차별화한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빈난새/김대훈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