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섬유기업들이 전통적 의류용 소재 생산에서 벗어나 비(非)의류용 소재 및 친환경 소재 개발·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출입 물류난이 심해지면서 섬유 외 분야에서 신소재 개발 요구가 늘어났고, 그 와중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분 것이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1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섬유개발연구원이 올해 대구시 지원으로 수행한 이(異)업종융합비즈니스 기반조성 사업에 22개 섬유기업이 참가해 예년에 비해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사업은 섬유기업들이 의류뿐 아니라 다른 제품에 쓰이는 소재 생산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대구시와 섬유개발연구원이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15년 72개 기업으로 시작한 이업종융합협의회 회원사도 153개로 불어났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수에코신소재(대표 정봉권)는 반도체 장비의 피복전선에 사용되는 컬러필름을 섬유복합재료인 확장형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PTFE)을 활용해 국산화했다. 이 회사 정봉권 대표는 “그간 전선피복에 사용되는 컬러필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으나 코로나19로 수입에 차질이 생기고 납품이 지연되자 국산화 필요성이 커졌다”며 “기존 수입 제품보다 가격경쟁력도 높고, 고객 맞춤형 설계와 제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섬유개발연구원의 시제품 제작과 성능시험 등의 지원을 받아 신제품을 개발한 지 6개월도 안 돼 2억원의 신규 매출을 올렸다. 5명의 직원도 추가 고용했다.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있는 성재엠에이치텍(대표 권성열)은 미국 등지로 수출되는 수영장덮개(풀커버)에 신소재를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열린 미국 내슈빌 IFAI 전시회에서 4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권성열 대표는 “방수포 원단으로 주로 쓰이는 폴리에스테르 소재 대신 친환경 소재인 폴리프로필렌 모노사와 스플릿사를 적용한 제품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이 44억원인 이 회사는 5년간 4억원 이상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했다. 송현지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산업정보교육팀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물류난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자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어려움이 커졌다”며 “이런 변화가 소재기업들의 R&D 의욕을 고취시켰다”고 분석했다.
마스크, 블라인드 직물 분야에서는 친환경 소재 개발 바람이 거세다. 직물 소재 블라인드를 생산하는 에코윈(대표 방승혁)은 기존의 합성기반 항균제 대신 천연 항균물질이 함유된 피톤치드 가공처리 방식을 신제품에 도입했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대영합섬(대표 이민수)은 리사이클 PET 소재를 활용한 직물형 마스크를 개발했다. 이민수 대표는 “리사이클 원료로 제조한 데다 오래 쓸 수 있어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여수동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은 “의류용 원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른 산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로 다양화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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