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반격에 대한민국이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만으로도 폭증하는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인데 이보다 전파력이 다섯 배가량 센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마저 한반도에 상륙해서다. 오미크론이 ‘해외 유입’을 넘어 ‘지역사회 전파’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양상이 달라진 만큼 한 달 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작과 함께 거둬들였던 ‘방패’(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만히 두면 하루 신규 확진자 1만 명은 시간문제다. 더 늦기 전에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 고강도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얘기다.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서울(90.7%)과 충청권(95.0%)의 코로나19 중증 병상가동률은 90%를 넘어섰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환자 의료체계가 붕괴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전파 속도나 백신회피 능력 면에서 델타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오미크론 변이도 국내에 들어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그 존재가 처음 보고(11월 24일)된 지 1주일 만에 지구촌 전역을 휩쓴 바로 그 변이다.
국내 오미크론 전파의 출발점은 나이지리아에서 귀국한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40대 부부다. 이들은 모더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까닭에 귀국 후 자가격리를 면제받았다. 목사 부부인 이들을 공항에서 맞아준 30대 남성 지인이 오미크론에 걸렸고, 그는 부인과 장모, 또 다른 지인 등 3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겼다. 40대 부부의 아들(10대)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4명에 대한 오미크론 변이 감염 여부는 추후 나온다. 40대 부부를 뺀 나머지는 모두 백신을 맞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40대 부부→30대 지인→부인·장모·또 다른 지인→OOO’ 및 ‘40대 부부→10대 아들→□□□’로 이어지는 감염고리를 감안할 때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지역사회에서 전파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경기도 거주 50대 여성 2명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고강도 거리두기 재개’ 여부로 옮아가고 있다. 안 그래도 위태로웠는데 ‘오미크론 출현’과 ‘연말 송년회 시즌’이란 변수마저 더해졌기 때문이다. “어렵게 시작한 일상회복인데, 너무 쉽게 되돌릴 수 없다”고 정부가 고집부릴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틀 전 방역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위드 코로나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거리두기는 쏙 빼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확대하는 방안만 넣었다.
의료계에선 거리두기 재시행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라는 ‘창’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백신을 보완할 ‘방패’를 추가할 필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과 백신 회피능력을 감안하면 거리두기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정부도 상황이 바뀐 점을 감안해 고강도 방역조치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 대대적인 방역조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회의를 열고 사적 모임 허용 인원 축소,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 방역패스 적용 대상 확대 등 추가 방역조치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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